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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자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및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작가 미상’이 개봉 후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하며 지난 2월 22일(토) 정성일 평론가 라이브러리톡을 성료하며 아트버스터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제79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타인의 삶'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신작, ‘작가 미상’이 정성일 평론가와 라이브러리톡을 진행하며 영화의 연출 미학과 영화 속 예술의 시대에 대한 감격을 나누었다.
‘작가 미상’은 2차 세계대전 전후의 독일, 모든 기준이 흐릿해진 세상에서 아름답고 선명한 진실을 그린 화가, 쿠르트의 드라마. 정성일 평론가는 “처음에는 ‘작가 미상’을 예술가에 대한 전기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이것은 예술작품에 관한 영화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예술가는 작품의 근원이고, 작품은 예술가의 근원이다'라는 하이데거의 명제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고 토크를 시작했다.
먼저 정성일 평론가는 영화의 오프닝인 1937년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1937년 7월 19일 뮌헨에서는 드레스덴에서부터 이어진 '퇴폐 미술전'이 시작되었다. 유대인 미술, 볼셰비키 미술, 그리고 칸딘스키, 뭉크, 샤갈, 피카소 등 모더니즘 미술 등이 포함된 이 전시는 당시 '위대한 아리아인 미술에 비해 이러한 미술이 얼마나 수준 낮은지' 과시하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정성일 평론가는 “1937년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품,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제작된 해이기도 하다”며 이 그림이 영화에서 드레스덴 폭격 장면을 묘사할 때 재현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편 예술가적 기질이 있는 쿠르트의 이모 엘리자베트는 조현병 진단을 받고 나치의 인종 개량 정책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끌려가고, 쿠르트와 가족들은 이것을 지켜본다. 정성일 평론가는 “이 장면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유년 시절의 어떤 트라우마에서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멀어져가는 엘리자베트를 쿠르트가 영화 내내 회상하는 것은 이 장면이 쿠르트에게 하나의 원관념으로 작용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어린 쿠르트는 떠나는 이모를 보며 눈을 가렸다 내리지만 이모는 그대로 있다. 이는 마모되어서 희미하게 보이지만 지워지지는 않는 기억과도 같은 것으로 게르하르트 리히터 작업을 상징한다. 즉,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미술의 방법론이 영화로 어떻게 옮겨오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작가 미상’을 전기영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은 상당히 괴이한 전기영화이다”라며 “서사의 관점으로 쫓아가면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라고 설명한다. 독일 영화에서 멜로드라마는 역사의 알레고리를 끌어들인다. 그 이유는 멜로드라마의 궁극적인 귀결이 홈 드라마, 부모가 되는 결말이기 때문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1937년에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가 시를 쓰며 '서정시를 쓰기에 힘겨운 시대'라는 표현을 썼다. 독일에서는 아우슈비츠 이후의 멜로드라마를 만든다는 것이 문제였다”며 “부모가 청산하지 않은 역사, 아우슈비츠의 비극 속에서 독일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역사의 질문의 멜로드라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작가 미상’은 “실패한 아버지와 위선적인 아버지를 보여주며, 어느 쪽의 아버지도 선택하지 않고 '역사의 고아'가 된 채 새로운 세계로 건너가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쿠르트와 엘리가 동독에서 서독으로 건너가는 지점에 대해 정성일 평론가는 “이 지점에서 사실상 영화의 1부가 끝나고 2부, 영화의 핵심이 시작된다”라며 서독에 도착한 이후부터 촬영이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동독에서의 장면들은 바로크 촬영방식에 표현주의적 조명으로 촬영했다면, 서독에 도착한 후 영화는 모더니즘 조명으로 촬영된다. 이는 서독의 미술이 모더니즘으로 변동했기 때문”이라며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아방가르드의 세계로 왔을 때 촬영도 미술사에 맞춰 바뀐다고 전했다.
정성일 평론가는 '이렇듯 ‘작가 미상’은 리히터의 과정을 통해 현대 미술의 과정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이라며 영화가 미술사에 대한 비평을 시각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서독에 도착한 후 드레스덴의 미술학교에 간 쿠르트는 안토니우스 판 페르텐 교수와 입학 면접을 본다. 페르텐 교수는 현대 미술가 요셉 보이스를 명백하게 형상화한 인물. 이 면접이 끝나고 나서부터 영화에 블랙아웃이 리듬처럼 반복되는데, 정성일 평론가는 ”이것은 서독에 도착한 쿠르트의 정신적 블랙아웃이며, 블랙 다음 장면에서 쿠르트는 정신적 도약을 한다. 이런 블랙아웃을 밀어내는 기법이 바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페르텐 교수는 쿠르트에게 자신이 겪었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한 '지방과 펠트'에 대해 말하고, 쿠르트는 이 영향으로 자신이 이제까지 작업한 모든 것을 불태우고 다시 하얀 캔버스 앞에 선다.
그런데 정성일 평론가는 “이 지점에서도 쿠르트의 작업이 제로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며 “영화에서 낮은 베르메르의 조명으로, 밤은 렘브란트의 조명으로 비춰주며 예술은 역사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창작의 고통을 마주하던 쿠르트는 자신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모와의 어린 시절을 플래시백으로 주고받으며 자신만의 예술을 그려가게 된다.
또한 쿠르트가 완성한 그림을 본 제반트 교수가 공포에 질린 장면에 대해 정성일 평론가는 “이 작품의 진정한 관객은 제반트로 예술이 역사의 트라우마에 대해 해야하는 역할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1966년,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쿠르트의 전시가 열리고, 쿠르트는 산책을 하던 길에서 엘리자베트 이모를 회상하며 이모가 듣던 화음을 듣는다. 정성일 평론가는 이 결말을 “쿠르트, 게르하르트 리히터에게 바치는 존경의 표현이자 예술가 자신이 자기 작품에 바치는 존경”으로 해석하며 영화의 감동을 나누었다.
정성일 평론가는 “‘작가 미상’은 기이한 전기영화의 발명이자, 예술작품에 영화는 어떻게 존경을 바쳐야하는가 방법을 찾는 지적인 헌사”라며 “영화와 미술이 갖는 이런 우정을 공유하는 영화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작가 미상’이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감사하겠다”고 시네마톡을 마무리했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노미네이트, 제76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으며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을 전하는 ‘작가 미상’은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전국 예술영화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사진 제공 = 영화사 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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