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최창환 기자] 왕조 시절, 삼성은 철옹성 같은 마운드 전력을 구축했다. 선발, 불펜을 가리지 않고 압도적 전력을 지녀 KBO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그리고 인고의 세월을 거쳐 맞이한 2020시즌, 삼성은 모처럼 경쟁력 있는 불펜전력을 구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최지광-이승현-우규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구축한데 이어 ‘끝판왕’ 오승환까지 합류했다. 복귀 후 치른 2경기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위기관리능력만큼은 여전했다. “1~2경기를 치르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게 허삼영 감독의 견해다.
선발투수들의 세대교체도 빼놓을 수 없다. 원태인, 최채흥 등 그간 잠재력을 보여줬던 신예들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준 삼성은 신인 허윤동까지 선의의 경쟁 구도에 가세했다. 오는 12일에는 잠시 공백기를 갖는 최채흥을 대신해 또 다른 신인 이승민이 선발투수로 데뷔전을 치른다.
허삼영 감독은 이승민을 대체 선발로 낙점한 배경에 대해 “2군 선수들 가운데 퓨처스리그 성적이나 갖고 있는 공이 가장 좋다. 2군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볼넷을 남발하지 않는 투수”라고 전했다. 이승민은 퓨처스리그 5경기서 총 21이닝을 소화하며 16피안타(1피홈런) 6사사구 12탈삼진을 기록했다.
또한 허삼영 감독은 “자양분이 계속 나와야 한다.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공을 던지는 신예들이 있다. 올 시즌만 야구를 하는 게 아닌 만큼, 향후 라이온즈를 지탱하기 위해선 국내투수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군 문제도 점진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올 시즌 키워드는 ‘선발 육성’이다. 거기에 조금씩 맞춰가며 선수단을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젊은 투수들만 경험치를 쌓도록 팀을 운영하는 게 리빌딩에 있어 능사는 아니다. 팀이 어려운 시기, 또는 유망주들이 성장통을 겪을 때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베테랑 또는 중고참의 역할도 리빌딩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선발 육성’을 키워드로 내건 삼성에서 이 역할을 맡고 있는 투수가 바로 백정현이다. 지난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러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사실 백정현은 구위 난조에 부상까지 겹쳐 시즌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개막 후 3경기 평균 자책점이 10.29에 달했다.
하지만 허삼영 감독은 지난 4일 LG 트윈스전서 난조를 보인 것에 대해 “구위가 아닌 로케이션 문제였다. 대화를 통해 ‘더 준비하겠다’라는 대답을 받은 만큼, 계속 기대할 생각이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투수다. 다음 등판에서는 좋은 결과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백정현에게 힘을 실어준 것.
실제 백정현은 부진 탈출을 알렸다. 1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 6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삼성이 9일 키움전서 원태인을 내세우고도 패했던 것을 감안하면, 백정현은 삼성이 필요로 했던 그 순간 호투를 선보이며 허삼영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셈이다.
실제 허삼영 감독은 시즌 첫 승을 거둔 백정현을 두고 “이전보다 좋은 구위를 보여줬고, 앞으로도 계속 안정적인 공을 던질 수 있겠다는 믿음을 줬다. 작년에 보여줬던 좋은 공이 나왔고, 향후 든든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이 될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백정현 입장에서도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낼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됐을 터. 백정현은 “종아리가 아파 경산에 있을 때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팀의 경기를 지켜보며 부담을 내려놨다. 후배들이 던지는 공 중에는 어떤 게 좋은지 찾아보기도 했다. 그동안 생각대로 안 됐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반신반의했지만, 삼성 마운드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팀 내에 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2군에 다녀온 후 보니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많이 밝아졌다. 마침 후배들도 잘하고 있어서 ‘나만 잘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라는 게 백정현의 설명이다.
원태인, 최채흥, 허윤동의 성장세만 키포인트가 아니다. 삼성이 목표로 내건 ‘선발 육성’은 중고참들이 중심을 잘 잡아준다면, 달성 시기도 자연스럽게 앞당겨질 수 있다. 삼성에서 백정현이 유망주들 못지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이유다.
[원태인(좌)-백정현(우), 허삼영 감독(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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