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이제는 트랜스젠더 연예인이 아닌 인간 하리수로 봐주세요."
22일 밤 방송된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밥은 먹고 다니냐?'에는 방송인 하리수가 오랜만에 등장해 반가움을 안겼다. 하리수는 대한민국 1호 트랜스젠더 연예인. 데뷔한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SNS에 사진 한 장만 올려도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그는 중화권 국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날 1995년 9월에 수술을 했다고 고백한 하리수는 먼저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예쁘장한 외모로 '예쁜이'라는 별명을 가졌었다던 그는 "나 때는 성 다양성의 문화가 없었다. 나도 트랜스젠더라는 걸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살다 보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였다. 주변에서도 여자같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늘 남자친구만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예뻐지고 싶었다. 남고에 예쁜 남학생이 있으니 선망의 대상이었다. 놀리는 게 아니라 인기였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자친구 때문에 성전환수술을 하게 됐다는 하리수는 "같은 학교 남학생을 만나고 있었다. 1년 정도 사귀고 있었는데, 그 친구의 친구들이 계속 여자들이랑 소개팅을 하니까 저도 억지로 소개팅을 보냈다. 그런데 소개팅 여자가 제 남자친구를 이용하려고 하더라. 너무 기분이 나빴다. 그걸로 감정싸움이 시작됐는데 '어차피 너 여자도 아니잖아'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뒤통수를 맞은 것 같더라. 그 때 수술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리수는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성전환 수술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10명 이내였다. 더 빨리 하고 싶었지만 성인이 되어야만 수술이 가능했다. 그래서 20살 되자마자 했다"며 "침대에 누워서 수술실에 들어갈 때, 내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더라. 딱 깼는데, 기쁘지 않았다. 수술 부위에 망치로 세게 얻은 느낌이었다. 너무 아파서 미칠 것 같았다. 하반신 전체가 너무 아파서 모든 게 다 불 만스러웠다. 2주 간을 누워서만 생활해야 한다. 진통제를 수시로 맞았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하리수는 "엄마는 제가 여자로 살아가겠다고 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작은 언니도 그랬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전혀 몰랐다"며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나의 든든한 친구이자 조력자다. 내 모든 걸 이해해준 사람이다. 제가 학교에 귀를 뚫고 간 적이 있는데, 여장을 하고 콜라텍에 가서 경찰서에 잡혀간 적도 있는데 그 때 엄마한테 참 죄송했다. 힘들 때는 전화해서 '나 죽을래'라고 한 적도 있다. 많이 힘들게 했다"라고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반면 "아빠와는 어릴 때부터 워낙 대화를 안 했다. 단절이었다. 제가 여자같은 걸 싫어하셨다. 남자답게 키우고 싶어하셨다. 사람들이 '아들이 너무 예쁘장하게 생겼다'고 하면 '낳지 말라고 했는데 낳아서 저따위야'라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하리수로 데뷔하기 1년 전, 제가 표지 모델이었던 잡지를 보고 아빠가 제 수술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속상하셨겠지만 나중에 여자로서 잘 사는 모습을 보시면서 좋아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모시고 살면서부터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하리수가 꼽은 인생 최고의 순간 두 번째는 연예계 데뷔였다. 과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CF에 대해 "회장님이 제 프로필 사진을 보고 나서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델로 밀어붙이셨다. 제가 트랜스젠더라고 알려지지마자 치고 올라갔다. 같은 트랜스젠더들은 저를 되게 싫어했다. 보통 정체성들을 숨기는데 저 때문에 들키는 거다. 그래서 더 숨어버리게 됐다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근거 없는 소문들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언급했다. 하리수는 "데뷔한 뒤 마당발이었다. 그런데 '하리수가 술 마시면 남자 목소리를 내', '하리수와 잠을 잤다' 등의 소문이 돌더라. 시간을 쪼개서 만남을 가져온 건데 너무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호르몬 주사를 맞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소문을 두고선 "여성 호르몬제를 많이 맞으면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여러 부작용이 있다더라. 하지만 저는 성전환 수술 6개월 전에 맞고, 수술 후에는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다. 그냥 선택이다"라고 해명했고 '성형중독설'에 대해선 "아니다. 1년에 한 번씩 수술하면 계속 수술대에 누워있어야 한다. 데뷔할 때 코 수술 하나 했다. 다른 건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다. 조금씩 하긴 했지만, 매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특히 이태원의 '작업의 신'이라는 의혹에는 "아니다. 저는 남자친구가 없었던 적은 없지만 한 눈 안 판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07년 미키정과 결혼해 2017년 합의 이혼한 하리수는 "많은 남자친구들이 저를 사랑한다고 했었지만 결혼은 못한다고 했다. 유명 연예인들도 만나봤지만 결혼 생각은 갖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편안한 사람을 만나니 결혼 생각이 들었다"며 "제 전 남편은 남자와의 가벼운 스킨십도 싫어한다. 되게 상남자다. 그런데 제가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전 남편보고 '게이 아니냐', '트랜스젠더냐' 등의 인신공격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의연히 잘 지켜줬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살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진다. 그래서 자궁을 이식하려는 수술도 생각했다"라고 말해 충격을 안기기도. 그는 "지금도 가끔 연락하면서 지낸다. 생일, 명절 정도는 챙기는 사이다. 10년을 넘게 함께 했으니 그 정도는 한다"라고 의리를 과시했다.
무엇보다 하리수는 "지금도 열애 중이다. 만난지 2년 됐다. 공개 열애는 안 할 거다"라며 현재 연인이 있음을 인정해 응원의 박수를 자아냈다.
하리수는 "이제는 트랜스젠더 연예인이 아닌 인간 하리수로 봐주면 좋겠다. 중화권에서는 저를 그냥 '여배우'로 봐준다. 한국에서도 그러길 바란다. 또 다른 트랜스젠더 친구들도 인터넷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재능을 제대로 살려서 하면 좋겠다"며 "저는 다시 태어나면 더 예쁘고, 더 얼굴도 작은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해 마지막까지 웃음을 안겼다.
[사진 = SBS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