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비주얼이 단숨에 시선을 강탈, 116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반도'는 좀비가 창궐했던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아 2020년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고 국내 개봉 전부터 185개국에 선판매되며 'K-좀비'(코리아 좀비)신드롬에 재시동을 걸었다. '서울역', '부산행' 세계관을 관통하는 '반도'인만큼 스케일은 더욱 커졌다.
'부산행'이 KTX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와의 사투를 그렸다면 '반도'는 도심, 항구 등 드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평소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인천항 등이 완전히 생경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실제 서울을 본 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것이다. 4년 전 나라를 휩쓴 전대미문의 재난으로 폐허가 된 땅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기 위해 촬영, 미술, 특수분장, 안무가, VFX 등의 제작진이 약 1년 간 프리프로덕션을 거쳤다. 단순히 낡고 지저분한 폐허를 담아내지 않았다.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해도 고려해 현실감 있게 방치된 반도를 구현했다. 주차장이 된 도로, 멋대로 자라난 풀, 육지로 떠내려온 배 등 디테일한 묘사에 집중했다. 회색빛으로 뒤덮인 도시에 숨이 턱 막히지만 묘한 쾌감이 일렁이는 건 광활하게 펼쳐진 공간의 힘이었다.
631부대가 개최하는 '숨바꼭질'(좀비와 인간의 생존게임)의 콜로세움 형태의 무대도 인상적이다. 태국의 버려진 쇼핑몰에서 영감을 얻은 제작진은 실제 대형 쇼핑몰을 본 뜬 600평짜리 2층 구조의 대형 세트를 제작했고 폐차 80대와 흙50톤을 투입해 침수 흔적을 간직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좀비와 인간의 대결을 보며 열광하는 631부대의 추악함이 제작진의 노력으로 더욱 엽기성을 띄게 됐다.
액션은 역대급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장관이다. 극중 군인 출신인 강동원은 유연하면서도 절도 있는 액션으로 좀비들을 휩쓴다. 총기를 다루는 데도 능하고, 몸싸움도 타격감 있게 소화한다. 또 '반도'의 인간들은 빛에 약하고 소리에 예민한 좀비들의 특성을 파악했기에 무기 활용도 다양하다. 화려한 조명으로 무장한 RC카와 조명탄으로 좀비들을 유인하거나 따돌리고, 거칠게 총탄을 퍼붓는 등 극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좀비와의 맞대결이 영화의 박진감을 높인다.
무엇보다 이정현과 이레가 주도하는 대규모 카체이싱 액션은 감탄의 연속이다. 도시 전역을 누비는 드라이브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연상케 한다. 20분 간 속도감 있게 진행되며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좀비 무리를 뚫고, 이용하며 무한 질주하는 생존자들의 추격씬은 가히 압도적이다.
카체이싱 액션과 관련해 연상호 감독은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부산행'에서 기차라는 공간이 너무나 강력해서 후속작에서는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쾌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생각하다 카체이싱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린 소녀가 덤프트럭 같은 걸 운전하는 이미지에서 시작했다. 두툼한 차를 운전하며 활약할 수 있는 장면을 떠올렸다"며 "무술 감독님, CG팀, 촬영 감독님이 회의를 굉장히 오래하며 만들었다. 카체이싱 설계만 세 달 이상 걸렸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3D 애니메이션으로 다 작업했다. 음악까지 다 깔아놨다. 촬영은 그것만 따랐다"고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반도'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사진 = NEW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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