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는데 깜짝 놀랐네요."
WKBL이 대변혁을 예고했다. '격투기 농구'가 사라질 조짐이다. 핸드체킹을 강화했다. 수비자가 불법적으로 손을 사용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차단한다. FIBA룰을 좀 더 정확하게 따르고, 나아가 선수들의 기량 및 국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WKBL 박정은 경기본부장과 심판 수뇌부가 7월 말에 6개 구단을 돌며 지도자, 선수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대화했다. 구단들은 처음에 연습경기서 무더기 파울을 범했고, 엄청나게 자유투를 시도했다. 5반칙 퇴장하는 선수가 속출했다. 경기가 루즈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나 16일 개막한 2020 우리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서 예상 외로 파울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5반칙 퇴장 없이 끝난 경기들도 있다. 박정은 경기본부장은 17일 "평생 손을 썼던 선수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게)쉽지 않을 수 있는데, 깜짝 놀랐다. 그 사이에 기준이 바뀐 게 아니다. 그대로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했다.
한국농구의 병폐 중 하나가 수비기본기 부족이다. 자세가 높고, 스텝이 불안해 공격수를 놓치면 손으로 공격수의 실린더를 침범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례가 너무 많아서 심판들이 일일이 파울로 지적할 수 없었다. 심판들도 일관성 부족으로 승부처에 슈팅핸드를 치는 행위 등을 정확히 보지 못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팀도 있었다. 전통적으로 WKBL은 KBL보다 핸드체킹에 관대했다. 격투기 농구가 빈번했다. 똑같은 FIBA인데, 국제대회서 손해를 너무 많이 봤다.
박정은 본부장은 "당장 완벽하게 좋아지기 어렵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렇게 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외국선수가 없는 2020~2021시즌. FIBA룰에 좀 더 정확하게 발 맞춰갈 기회다.
현장에선 적응 중이다. 당연히 공격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BNK 진안, 삼성생명 양인영, KB 허예은 등이 이구동성으로 "공격할 때 유리하고, 수비할 때는 적응해야 한다"라고 했다. 한 선수는 "수비는 적응하고 있다. 아직 판정 일관성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어 어렵긴 하다"라고 했다. BNK 유영주 감독은 "선수들이 여전히 적응이 덜 됐다"라고 했다.
KB 진경석 코치는 "디나이와 로테이션을 강조한다"라고 했다. 당연히 수비하는 입장에선 공격수가 제대로 볼을 잡지 못하도록 미리 정상적으로 방해하는 행위가 중요하다. 로테이션을 통해 스위치 이후 미스매치를 보완하면서 수비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볼 없는 지역의 핸드체킹에 대해 박정은 본부장은 "어느 정도의 몸 싸움은 농구의 매력이다. 너무 심하게 부딪히면 파울"이라고 했다. 불법적으로 손을 쓰지 않으면 몸싸움을 최대한 허용한다. 때문에 수비 입장에선 볼 없는 지역에서 스크린을 방해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하되, 공을 가진 공격수에겐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발로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 수비가 손이 아닌 발로 한다는 말이 나온 이유.
다만, 골밑에서 손을 쓰는 습관을 없애려다 보니 수비자가 일찌감치 뒤로 물러서면서 손쉽게 득점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나원큐 김완수 코치는 "농구가 수비를 하는 맛도 있는 건데"라고 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은 "(핸드체킹을 너무 의식해서)안에서 수비를 안 한다"라고 했다. 실제 이런 장면이 이틀간 꽤 나왔다. 이 부분은 선수들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대회가 끝나고 감독들과 WKBL은 핸드체킹 관련 리뷰 및 논의를 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결국 새 시즌에는 1대1 능력이 좋은 선수를 보유한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박지수의 KB, 박혜진과 김정은의 우리은행이 대표적이다. 국내선수 스쿼드가 두껍고 진안이라는 토종빅맨이 버틴 BNK도 괜찮다.
안혜지, 구슬, 노현지가 빠진 BNK는 박신자컵서 예상대로 순항한다. 17일 A조 2차전서 대구시청을 87-56으로 대파하고 2연승하며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앞서 열린 경기서는 KB가 우리은행을 80-65로 잡고 2연승하며 역시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우리은행과 대구시청은 18일 맞대결에 따라 20일에 5~6위전 혹은 7~8위전에 나선다.
B조에선 하나원큐가 삼성생명을 100-70으로 대파했다. 2연승으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강계리가 15점 10어시스트 12리바운드로 이 대회 최초의 트리플더블 주인공이 됐다. 신한은행은 대학선발을 93-60으로 대파했다. 18일 조별리그 최종전서 1승1패의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이 4강행 마지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박신자컵 17일 경기장면.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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