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현역에서 은퇴하는 정조국이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정조국은 9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현역 은퇴 소감을 전했다. 정조국은 2003년 안양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K리그에서 17시즌 동안 활약하며 K리그 통산 392경기에 출전해 121골 2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광주에서 활약했던 지난 2016년에는 K리그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정조국은 "그 동안 응원해주시고 아껴주신 팬 여러분들과 K리그 구성원 여러분들, 나와 함께 했던 팀 동료 선후배와 지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축구선수 정조국은 떠나지만 제 2의 인생으로 지도자 정조국으로 멋지게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조국과의 일문일답.
-은퇴 소감은.
"많은 추억도 있고 많은 아픔도 있는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감사한 마음이다. 그 동안 감사히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동안 응원해주시고 아껴주신 팬 여러분들과 K리그 구성원 여러분들, 나와 함께 했던 팀 동료 선후배와 지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축구선수 정조국은 떠나지만 제 2의 인생으로 지도자 정조국으로 멋지게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3개월전부터 고민을 하면서 내려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전에 내려 놓아야지 생각했다가 일어나면 생각이 변화하는 것을 많이 겪었다.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고 있었다. 멘탈적으로 힘들었고 스스로 버티지 못했다. 혼자 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지금 당장도 더 할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내려 놓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많이 고민한 것도 사실이지만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다음 단계를 가기 위해 더 늦어지기보단 지금이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제주가 K리그2에서 우승했고 나의 의지로 내려놓고 싶었다."
-은퇴 결정 후 어떻게 보내고 있나. 가장 영광스러웠던 기억과 아쉬웠던 기억은.
"아직까지 실감나지 않는다. 선수때는 지금 휴가기간이다. 아내와 1월 월급이 들어오지 않아야 실감나지 않을 것 같다는 농담을 했다. 지금껏 하지 못한 아버지의 역할과 남편의 역할을 하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행복하다. 어느때보다 여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동계훈련 준비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마음 껏 먹을 수 있고 관리하지 않아도 되어 여유롭다. 1월 월급이 들어오지 않아야 축구를 그만뒀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오랜 시간 프로 생활을 했는데 많은 생각이 나지만 처음이 기억난다. 안양 유니폼을 입고 첫 데뷔전을 치렀는데 전남 원정이었다. 그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때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고 프로라는 것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프로에서 속된 말로 '씹어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살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을 돌아보면 당돌했다고 생각한다. 그 때의 설레임과 감정이 많이 생각난다. 그 당시의 기분이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K리그에서 더 해보고 싶었던 것은. 청소년 시절에는 유망주였는데 A대표팀과 인연이 적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K리그에선 해볼 것 다해보고 상도 받아봤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공격수이다보니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쉽다. 많은 골을 넣었지만 놓친 기회도 많았다. 기회 하나하나가 지금도 기억난다. 더 많은 골을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것 또한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한 것이 자랑스럽다.
축구인생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선수로서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변명이 될 수 있지만 대표팀에 가려하면 부상을 당했다. 대표팀 코치진이 경기를 보러오면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기대를 많이 받다보니 자만한 것도 사실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다. 가장 큰 꿈은 선수로 못나간 월드컵을 지도자로 나가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 동안 겪어왔던 착오와 잘못된 준비와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를 잘하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가족이 해준 이야기가 있나.
"가족을 생각하면서 많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가장 힘들었을 때나 기쁠 때 누구보다 내 편이 되어줬고 많은 힘이 되어 줬다. 누구보다 아내가 많은 희생을 해줘서 지금의 내가 있다.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인간 정조국으로선 결혼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지금까지 인생을 하면서 가장 잘한 선택은 결혼이다. 너무나 고맙고 많이 미안했다. 누구보다 더 많이 눈물을 흘린 나의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많이 미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봉사하면서 아내를 모시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은 좋아한다. 첫째는 많은 것을 지켜봤고 그 동안 아빠가 수고했다고 생각했는지 지금은 자기도 함께 있고 싶어한다. 둘째는 너무나 좋다고 그런다. 셋째는 아직 말을 하지 못한다. 둘째가 너무 좋아해서 나 또한 기분좋게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어떤 축구선수였다고 말하고 싶나.
"막둥이에게 아빠가 축구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막둥이만 내가 축구하는 것을 보지 못해 아내도 아쉬워했다. 셋째에게는 축구 선수가 아닌 지도자 정조국으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아이들에게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도 도전을 하게 됐다. 아이가 친구에게 소개할 때 우리아빠가 축구선수 정조국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은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인상깊었던 지도자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감독님의 지도를 받았다. 국내에 있는 많은 감독님을 모시면서 아직은 명확하게 어떤 지도자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은 말하기 어렵다. 감독님들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메모도 많이 했고 장점들을 나와 선수에 맞게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구장에 들어가면 선수가 해야 하고 선수의 마음을 사야 한다. 첫 번째 옵션은 선수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선수의 마음을 사기전에 내가 그 선수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요즘은 지도자가 선수에게 평가받는 시대고 정보도 많다. 선수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지도자가 우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움과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더 많은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 데뷔 당시의 정조국에게 지금 해주고 싶은 말은.
"너는 아직 프로가 아니다. 아마추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당시에 나는 천방지축이었고 개인 밖에 몰랐다. 팀 스포츠인데 나만 잘하고 골 넣으면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철이 없고 당돌했던 친구였다. 그런 친구를 프로 선수로 만들어주신 축구계의 조광래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 조광래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기다려주지 않았고 따끔하게 이야기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감사드린다. 그 분이 계셨기 때문에 지금의 정조국이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은퇴 이야기를 했을 때 아내의 반응은. 은퇴를 상의했던 선배는.
"아내와 은퇴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한번씩 힘들다고 내비쳤고 아내가 그럼 그만두라고 이야기한 것이 시작이 됐다. 깊게 이야기하면 나는 그만두고 싶은데 아내가 굉장히 아쉬워했다. 지금도 아쉬워한다. 공로상 받을 때 내가 소감을 이야기할 때 오해를 했다고 한다. 축구선수 정조국을 가장 사랑하고 가장 큰 팬인 아내가 아쉬워한다. 내 의사를 존중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 성격이 남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의논하는 성격이 아니다. 좋아도 표현을 하지 않고 안 좋아도 표현하지 않는다. 두명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내와 남기일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했다. 감독님은 축구선배로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 감독으로서의 역할보단 축구 선배로 많이 이해해주시고 공감해 주셨다.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이 편해졌다. 감독님께서 '고생많았다.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주셨다. 내가 나아갈 방향을 잘 잡아주셨다. 조광래 감독님이 처음의 정조국을 만들었다면 마지막에 박수 받으며 떠나게 만들어 주신 분이 남기일 감독님이다."
-정조국이 2016년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이후 외국인 선수들이 득점왕을 계속 차지하고 있는데.
"2003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부터 정말 많은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했다. 할만하면 외국인 선수가 들어왔고 할만하면 외국인 선수가 들어왔다. 비싼 돈을 주고 외국인 선수를 계속 영입하기보단 돈이 덜 들어가는 나를 키우면서 기회를 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면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내가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고맙게 생각한다. 그 선수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에서 경쟁은 당연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축구의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이야기가 매년 나오고 있고 나도 안타깝다. 정통 스트라이커가 없는 것에 대해 나 또한 반성하고 있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후배들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조언하자면 다른 선수를 따라가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스타일과 성향과 성격이 다르다. 닮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 자신 만의 무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피드가 빠르거나 기술이 좋거나 헤딩력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골문앞에서의 슈팅은 누구보다 자신있었다. 자신 만의 무기를 개발하고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그 선수들의 장점을 배우면서 자신 만의 색깔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프랑스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했는데 아쉬웠던 점은 없나.
"나름 최선을 다했다. 많이 노력했다. 즐거웠다. 유럽진출이 꿈이었고 프랑스에 가지 못했다면 선수로 월드컵을 출전하지 못한 것 만큼 아쉬웠을 것이다. 축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평가는 제 3자가 해주는 것이다. 최선을 다했고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값진 경험이었고 임팩트 있는 멋진 골도 넣었다. 후배들이 프랑스에서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당시로 돌아가더라도 그 때 처럼 선택할 것 같다."
-서울을 떠난 후 광주에서 K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는데 후배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었지만 그 결과를 알고 나서도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2015년 겨울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된다.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결과적으로 좋았지만 지금도 쉽게 선택하지 못할 것 같다. 서울은 나의 첫 사랑이었고 떠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동기부여가 필요했고 아들의 한마디에 도전을 선택해야 했었다. 광주에서 잘못됐다면 이런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조용히 선수 생활을 끝냈을 것이다. 당시 모든 것을 쏟아냈다. 남기일 감독님이 기다려 주셨고 믿어주셨다. 타이밍도 맞았고 운도 따랐다. 모든 부분이 잘되어 감사하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선택이 잘못됐다면 내가 쌓아왔던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힘들고 어려울 때 강박관념이 있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광주에서의 첫 경기만큼 긴장했던 적은 없다. 3시간 자고 경기를 나갔다. 대표팀 경기에서도 긴장하지 않았는데 가장 긴장한 경기였다. 후배들에게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준비를 잘하고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후배들에게 '형은 33살에 MVP를 탔다. 너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동기부여가 됐던 아이의 한마디는.
"'아빠는 경기를 왜 안뛰어'에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부모님과 아내 또한 그런 이야기를 못했는데 아들은 축구선수인 내가 경기에 못나가는 것이 이상했는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아빠로서 정말 창피했다. 어디로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 말을 듣고 많은 결심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골과 멋있었던 골은.
"나에게 모든 골은 소중하다. 모든 골을 기억하고 있고 설명할 수 있다. 나에게 가장 의미있는 골은 K리그 데뷔골이다. 내가 정말 많은 기대를 받고 프로에 도전했는데 와보니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말 어려웠고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아 힘들었다. 10경기 넘게 골을 넣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후 부천전에서 페널티킥이 나왔다. 당시 마에조노가 키커였는데 내가 볼을 빼았았다. 그렇게 데뷔골을 넣었다. 그 골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 12골까지 넣게 됐다. 가장 의미있는 골은 데뷔골이었고 페널티킥이었고 은퇴를 하게 된 팀을 상대로 골을 넣게 됐다.
많은 분들이 멋있는 골을 많이 넣었다고 기억해 주신다. 하이라이트를 만들면 나는 꽤 괜찮은 공격수다. 모든 분들이 이야기해주시는 것이 청소년대표시절 중국전에서 넣은 하프발리 골이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축구선수 정조국을 떠올릴 때 그 골을 기억해 주신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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