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이준익 감독이 영화 '자산어보'로 돌아왔다.
이준익 감독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31일, 열네 번째 연출작 '자산어보' 개봉을 앞두고 마주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사도' '동주' '박열' 등 작품으로 역사 속 인물을 새롭게 조명해온 '시대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의 신작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이끌었다. '왕의 남자'로 대한민국 최초 사극 천만 영화의 신화를 써낸 이준익 감독은 그간 '사건'이 아닌 '사람'에 집중하며 역사 속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를 재조명했던 바. 영조, 사도세자, 정조로 이어지는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다룬 '사도'에 이어 '동주'에서는 평생을 함께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시인 윤동주와 송몽규 열사의 청년 시절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또한 '박열'에서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이념을 따랐던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불꽃 같은 삶을 스크린에 옮기며 역사 속 인물들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들었다.
이번 '자산어보' 역시,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역사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명작 계보'를 이어간다. 이준익 감독은 조선시대의 학자 정약전을 조명, 그가 지은 어류 학서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와의 관계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며 현 시대의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
이날 이준익 감독은 2017년 '박열' 이후 오랜만에 사극을 선보인 것에 대해 "'변산'(2018)이 망했다. 이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집중하다 보니까, 그제야 정약전이 보이는 거다. '변산'의 김세겸 작가가 '자산어보' 대본을 쓰겠다고 해서 맡겼는데,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나왔더라. 기초가 있는 작가다. '자산어보'의 인문학적 토대는 순전히 작가의 힘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도 "과감한 시도를 했다"라고 남다른 의미를 강조하며, "사극 장르에서 어떤 스펙터클한 사건 없이, 잘 알려진 인물을 안 다루고 선비를 다룬다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현대는 과거의 공동체 주의가 아닌, 개인주의 시대로 안착되지 않았나. 그래서 큰 사건을 다루지 말고 일상성이 있는 사연에 집중한 것이다. 정약전만 우상화하면 전기식이 되어 불선명할 수 있기에, 창대를 조명했다. '동주' '박열'이 그랬듯이, 상대 비교가 있어야 관점이 선명해진다"라고 설명했다.
'동주'에 이어 '자산어보'를 흑백영화로 완성한 것에 대해선 "처음부터 흑백으로 만들려 했다. 흑백이기 때문에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염려가 좋아 보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 흑백은 옛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다. 너무나 세련되고 특별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는 나이를 먹었기에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을 찍을 땐 과격하고 미숙했다. 물론, 지금도 미숙하다. 완숙이란 말은 없는 거니까. 그때보단 조금 덜 미숙할 뿐이다. 이 나이에 '자산어보'를 찍어서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코로나19로 극장 문이 닫아야 할 지경인데도 겨우 버티고 있지 않나. '자산어보'가 '미나리'의 뒤를 이어 디딤돌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영화가 하나씩, 하나씩 디딤돌이 되어줘서 극장을 살려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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