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안양 김진성 기자] "여유가 있네."
KT 서동철 감독은 자레드 설린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 설린저의 플레이를 보면, 여유가 넘친다. 절대 성급하거나 무리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허리수술 경력이 있다. 확실히 운동능력이 최상위급은 아니다.
하지만, NBA에서 괜히 주전을 했던 게 아니다. 경기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다. 살을 많이 뺐지만, 여전히 파워가 좋고 스텝이 다양하다. 내, 외곽 공략 기술이 다양하다.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이후 다양한 스텝에 의한 스카이 훅슛, 스탭백 점퍼, 언더슛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3점슛도 상당히 깔끔하다. 컨디션을 올리면서 속공 가담도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기술들을 철저히 팀 공격의 밸런스를 깨지 않는 선에서 한다. 더블팀이 들어오고 상대 로테이션이 늦으면 곧바로 패스를 내준다. 오세근과의 스페이스 활용도 이미 수준급이다. 하이&로 게임이 효과적으로 된다.
덕분에 KGC 공격이 전체적으로 활기가 돈다. 크리스 맥컬러가 있을 때, 골밑에서 압도적이지 않으니 도움수비와 미스매치를 유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KGC 국내선수들은 설린저 효과를 등에 업고 좀 더 쉬운 찬스를 무수히 잡을 수 있다. 별명이 '설교수'인 이유다.
KGC는 득점 효율이 높은 설린저 덕분에 달아나야 할 때 쭉쭉 달아났다. KT는 크리스 알렉산더와 김현민, 브랜든 브라운, 박준영을 번갈아 붙이다 더블팀을 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설린저가 2쿼터 중반 3점포 두 방과 중거리슛, 돌파를 잇따라 몰아치자 순식간에 20점차로 도망갔다. 전혀 힘 들인다는 느낌 없이 1~2쿼터에만 17점.
수비력도 갖춘 선수다. 골밑에서 버티는 의지가 있고, 외곽에서 컨테스트를 해야 할 때 한다. 활동량이 많은 건 아닌데 해야 할 것을 다 한다. 김승기 감독도 "센스가 넘친다. 그래서 농구를 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KT의 3~4쿼터 응수가 대단했다. 사실 설린저가 수비활동량이 많지 않고, 3~4쿼터에는 공격 성공률이 떨어졌다. 수비의 핵 양희종도 결장했다. 문성곤이 엄청난 활동량을 선보였으나 외곽의 로테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장면들, 컷인을 자주 내주는 장면들, 허훈의 2대2에 대처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결국 KT는 허훈의 3점포로 4쿼터 막판 잠시 역전. 이후 설린저에게 자유투를 내줬으나 허훈의 엄청난 페이드어웨이슛과 알렉산더의 포스트업 득점, 허훈의 돌파로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KGC도 전성현의 3점포로 응수하며 결국 연장 돌입. 이 과정에서 KT의 수비 미스가 뼈 아팠다. 좌중간의 설린저에게 더블팀을 들어간 뒤 로테이션이 되지 않았다. 우중간 전성현에게 완벽한 오픈 찬스를 내줬다.
KGC는 연장서 오세근의 스틸과 좋은 수비, 공격리바운드가 잇따라 나왔다. 확실히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사이 이재도의 3점포 포함 연속 5득점으로 승기를 잡았다. 설린저의 임팩트는 살짝 떨어졌다. 8.2초전 쐐기 자유투를 넣었지만, 확실히 3쿼터 이후 체력이 조금 떨어지는 모습. 그러나 김승기 감독에 따르면 여전히 컨디션이 7~80% 수준이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KGC는 설린저의 합류로 골밑에 대한 아킬레스건을 완벽히 지우면서, 승부처에 가장 무서운 팀으로 거듭났다. 97-93 승리. 3연승으로 이제 공동 3위. 1위 KCC와 2위 현대모비스도 KGC를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설린저. 사진 = 안양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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