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플랜은 갖고 있다. 불펜의 역할이 커질 것 같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주축 선발투수 두 명이 이탈하면 2군에서 두 명의 선발투수를 1군에 올려 기용하면 그만이다. 어느 팀이든 1군에 바로 올릴 수 있는 예비 선발투수를 2~3명 정도 준비해놓는다. 이들은 2군 선발진에서도 등판 간격을 비교적 확실하게 지킨다.
SSG 역시 5선발서 낙마한 이건욱, 일찌감치 부상으로 이탈한 아티 르위키의 빈 자리를 정수민, 김정빈, 오원석으로 메워왔다. 이들을 활용하면 박종훈의 빈 자리까지도 커버할 수 있다. 정수민이 3일 1군에서 말소됐다. 이건욱이 돌아왔다. 3일 인천 삼성전 우천 취소만 아니었다면 2군에서 호투하던 양선률이 4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하려고 했다.
그러나 야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에이스 박종훈과 르위키의 존재감과 무게감을 이건욱, 정수민, 김정빈, 오원석, 양선률 등과 비교하기 어렵다. 누구든 빈 자리를 메우겠지만, 선발진의 품질 약화는 불가피하다. 이 부분은 앞으로 SSG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들이 선발 등판할 때 세부적인 기용방법, 불펜 기용 및 전체적인 관리 등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원형 감독은 "계획은 갖고 있다. 불펜 역할이 더 커질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 유행하는 탠덤을 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건욱, 정수빈, 김정빈, 오원석은 올 시즌 총 16차례 선발 등판했다. 실점을 떠나 5이닝 이상 투구는 단 네 차례였다. 그나마 오원석이 두 차례 6이닝, 한 차례 5이닝을 소화했다. 김 감독은 박종훈과 르위키가 장기이탈 할 경우 이들의 이닝 소화가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다만, 선수 개개인의 애버리지는 하루아침에 확 올라가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불펜에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아직 페넌트레이스는 약 3분의 1 정도 지나간 시점. 시즌 막판을 대비, 불펜을 아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형편이다. 김 감독은 "상황을 보며 초반에 점수를 너무 많이 주면 (불펜 보호를 위해)투구수를 채우게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불펜을 빨리 투입하는 방법도 있다. 무리가 갈 수 있는데 최대한 개수 계산을 해서 등판시켜야 한다. 변칙 아닌 변칙이 될 수도 있다. 선발투수가 어느 정도 던져야 하는 게 야구인데, 그게 안 되면 주 단위로 불펜의 투구수를 계산해가면서 운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현재 SSG 불펜은 마무리 서진용에 메인 셋업맨 김태훈, 김상수다. 이태양은 잠시 부진하다 휴식 차원에서 2군에 내려갔다. 빠르면 6일 잠실 두산전서 돌아온다. 여기에 장지훈과 최민준이 시즌 초반보다 난이도가 높은 상황서 투입된다. 김택형과 조영우는 전천후. 장기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지는 하재훈이 컨디션을 올릴 수 있고, 손목 수술 후 2군에서 준비 중인 박민호도 가세할 수 있다. 이들의 에너지를 최대한 안배하면서 짜임새 있는 활용방안을 찾는 게 숙제다.
궁극적으로 원투펀치 윌머 폰트와 문승원, 나머지 3~5선발의 분전이 가장 중요하다. 김 감독은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현실적인 조언도 했다. 당분간 기존 선발투수들은 숨 돌릴 여유가 없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들이 꾸준하게 던진다고 해도 한번 정도 로테이션을 거르게 하면 재충전의 시간이 된다. 쉬게 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고민이다"라고 했다.
2군에 내려간 정수민은 2일 인천 삼성전 초반 4점 리드서 볼넷을 남발하며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 감독은 그날 경기를 앞두고 "아직 6이닝을 못 던졌는데, 볼넷을 줄이면 충분히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라고 했다.
앞으로 박종훈과 르위키 대신 기회를 얻을 선발투수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이 문제만 어느 정도 해결되더라도 빅종훈과 르위키가 없는 마운드 운용이 수월해진다. 올 시즌 정수민은 22⅓이닝 동안 19볼넷, 이건욱은 9⅔이닝 동안 17볼넷, 오원석은 40이닝 동안 26볼넷, 김정빈은 6⅓이닝 동안 6볼넷을 내줬다.
[이건욱(위), 정수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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