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 ‘태극 마크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갑옷을 걸친 것처럼 무겁다’는 박찬호 KBS 해설위원이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 막판인 8회초 2사후 강백호(22 KT 위즈)가 덕아웃 앞 가드 펜스에 몸을 걸친 채 껌을 질겅질겅 씹는 모습을 보고 ‘(국가대표가) 저런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한국은 예선리그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승리할 때 포기하지 않고 추격한 끝에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주장 김현수의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3~4위전이 펼쳐진 이날 8회 재역전을 당해 동메달마저 놓치고 6팀 중 4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앞서 김학범감독의 한국 축구 대표팀이 7월22일 뉴질랜드와의 조별 리그 1차전에서 0-1로 패한 후 결승골을 넣은 뉴질랜드 크리스 우드가 청한 악수에 응대하지 않자 안정환 MBC 해설위원이 ’(국가대표로서) 매너가 아쉽다‘고 지적해 논란이 됐다.
한국축구는 8강전에서 멕시코에 패해 탈락했다, 야구는 3~4위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덜미를 잡혔고 축구와 나란히 노메달이 됐다. 일본은 축구에서는 한국 야구와 비슷하게 멕시코와 동메달을 다퉜으나 패했다. 반면 일본 야구는 목표대로 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강백호가 껌을 씹는 장면은 6-10으로 뒤진 8회초 화면에 잡혀 몇 초간 계속 비춰졌다. 중계 카메라가 한번 보여주고 지나갈 수도 있었으나 웬일인지 그러지를 않았다. 강백호의 껌 씹는 모습에 대해 일본 매체 ’더 다이제스트‘는 ’어딘 가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집중력이 부족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강백호가 한국이 경기를 역전 시켰다가 팀 내 최고 맏형인 오승환이 8회 2이닝 조기 마무리에 나서 충격의 재역전을 허용하는 것을 지켜보며 어떻게 감정을 다스릴지 모르고 당황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애꿎은 껌을 괴롭혔을 수 있다.
물론 껌은 긴장된 승부를 펼치는 선수들에게 때로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 다만 입을 다문 채 씹는다면 문제가 없다. 강백호의 경우는 껌을 드러내놓고 질겅질겅 씹어 자신의 가슴속의 분노를 표출해 구설에 오르게 됐다.
그렇다고 강백호가 ’타이거 우즈‘는 아니다. 지난 2008년 골프 메이저대회인 US 오픈에서 타이거 우즈가 먹다 버린 사과가 경매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갤러리 중 한 명이 12번 홀 페어웨이에서 타이거 우즈가 버린 사과 조각을 사진기자에게 던져 달라고 해서 확보했고 이를 맥주 컵에 담아 ’타이거 우즈의 DNA’가 보존된 사과라고 판매에 나섰던 것이다. 최종 낙찰가가 3만6000달러(약 4000만원)에 달했다. 물론 거래가 최종 확정돼 돈과 사과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경문감독이 이끈 한국은 9전 전승 금메달을 따냈다. ‘껌 파동’을 일으킨 강백호의 나이가 겨우 9살 때이다.
강백호는 ‘효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에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김경문감독은 도쿄올림픽에서 22살의 강백호에게 한국국가대표 4번타자의 중책을 맡겼는데 부응하지 못했다.
강백호가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이 아직 ‘타이거 우즈’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강백호가 씹다 버린 껌은 쓰레기 통으로 갔다.
[사진=kbs 중계화면 캡쳐]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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