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시즌 초반은 적응의 문제였다"
미란다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시즌 9차전,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투구수 114구,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압도적', '언터처블' 그 어떠한 단어도 아깝지 않은 투구였다. 미란다는 최고 150km의 포심 패스트볼(69구)에 포크볼(36구)-체인지업(5구)-슬라이더(4구)를 곁들이며 KIA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고, 시즌 11승째를 수확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9회였다. 미란다는 8⅔이닝을 동안 피안타 없이 KIA 타선을 꽁꽁 묶었다. 하지만 9회말 2사후 김선빈에게 볼카운트 2S로 유리한 상황에서 '와인드업'이 아닌 '퀵모션'을 사용하며 변칙 투구를 했고, 김선빈의 타이밍을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3구째 130km 포크볼을 공략당해 좌익선상에 2루타를 허용해 역대 15번째 '노히트 노런'을 눈앞에서 놓쳤다.
첫 피안타에 대기록이 무산됐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미란다는 마운드를 방문한 정재훈 코치에게 "내가 경기를 끝낼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고 어필했고, 투구를 이어갔다. 그 결과 후속타자 최형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지난 2015년 6월 4일 KIA 소속의 양현종 이후 6년 만에 1피안타 완봉승을 기록했다.
사실 미란다는 시즌 초까지만 해도 '복덩이'가 아닌 '골칫덩이'였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볼넷을 남발하며 자멸하더니, 정규 시즌에서도 나아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사구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단기간에 고치기 힘든 제구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김태형 감독은 미란다의 "들쭉날쭉한 제구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감쌌지만, 고민거리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란다는 지난 5월 26일 한화전부터 완벽하게 바뀌었다. 6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이닝이터'의 자질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닥터K'의 모습도 뽐냈다. 미란다는 한화전 이후 이날 경기를 포함해 1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이날 시즌 10번째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마크했다. 시즌 초반 워커 로켓에 붙어있던 '에이스'의 칭호를 쟁취했다.
미란다도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고, 고치려고 노력했던 것이 현재의 결과로 이어졌다. 미란다는 "시즌 초반에는 적응의 문제였던 것 같다"며 "한국 야구 수준이 매우 높고 타자들도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작전을 짜고 수정도 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미란다는 현재 탈삼진 1위(155개), 다승 2위(11승), 평균자책점 2위(2.38)에 올라 있다. 탈삼진왕은 매우 유력한 상황, 다승과 평균자책점도 노려볼 만하다. 미란다는 "경쟁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스스로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노히트가 무산됐지만, 미란다는 "아쉽거나 한 것은 없다. 팀이 승리하는데 좋은 피칭을 해서 기쁘다. 내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려 집중했는데, 김선빈이 대처를 잘했다. 퀵모션도 제구를 위한 전략이었다"며 "호수비를 펼친 박계범에게 고맙고,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몸 상태는 매우 좋다. 정신적으로도 무장이 돼 있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두산 선발 미란다가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기아-두산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에서 8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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