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흐름만 잘 타면 몰아치기도 가능할 것 같다."
키움 박병호는 4일 고척 SSG전서 그랜드슬램을 터트린 뒤 "자포자기한 적은 없다. 계속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2년 연속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는 만 35세 베테랑타자. 에이징 커브라는 지적, 예년 같지 않은 입지 모두 받아들인다. 오로지 자신과 처절하게 싸운다.
사실 미스터리하긴 하다. 2014~2015년 52~53홈런에 2016~2017년에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까지 두루 경험했다. 키움으로 돌아온 2018년과 2019년에도 43홈런, 33홈런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4시즌 연속 3할 타율, 심지어 2015년과 2018년에는 3할4푼을 찍었다.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한 KBO 최고의 완성형 오른손 타자였다. 통산홈런 321개로 현역 4위, 은퇴선수 포함 10위다.
그러나 만 34세 시즌부터 갑자기 홈런, 애버리지 모두 폭락했다. 올 시즌에도 85경기서 타율 0.207 14홈런 52타점 37득점. 장타율은 0.408까지 떨어졌다. 고정 4번타자는 일찌감치 내려놨다. 주 포지션이 1루인 윌 크레익의 가세로 간혹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보통 스포츠선수는 30대 초반이 넘어가면 운동능력이 서서히 하락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체계적인 몸 관리로 30대 중~후반까지 잘 버티는 선수도 적지 않다. 박병호가 자기관리를 못 하는 선수가 절대 아닌데 이렇게까지 헤매는 모습이 의아하다는 시선이 많다.
최근 눈에 띄는 건 우월홈런이었다. 4일 고척 SSG전 만루포(13호)와 9일 고척 KIA전 솔로포(14호) 모두 바깥쪽 패스트볼을 힘 있게 밀어 우측 담장을 넘겼다. 오원석의 141km 패스트볼이 보더라인에 걸쳤으나 힘차게 밀었다. 장현식의 149km 패스트볼 역시 낮게 들어갔으나 여지 없었다.
여전히 파워가 살아있는, 운동능력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아울러 공략 가능한 코스가 한정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홍원기 감독도 "삼진도 많고 타율도 낮지만 몰아치면 기세가 강하다. 흐름만 잘 타면 몰아치기도 가능할 것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부활까지는 갈 길이 멀다. 홈런 한 방을 쳐도 좀처럼 흐름을 타지 못한다. 8일 잠실 두산전부터 11일 부산 롯데전까지 모처럼 4경기 연속 안타를 뽑아냈다. 그러나 12일 롯데와의 부산 더블헤더 1차전서는 삼진만 네 차례 당했다. 예년에 비해 각종 변화구에 헛스윙을 많이 한다. 빠른 공에 대한 대처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더구나 최근 뽑아낸 대부분 안타는 좌측, 좌중간에 편중됐다. 투수 입장에선 바깥쪽,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되 실투만 조심하면 된다. 크레익이 1루수로 나가고 포수 마스크를 이지영이 쓰면, 팀에서 장타력이 가장 좋은 박동원에게 지명타자를 내주고 벤치에 머물러야 한다. 12일 롯데와의 부산 더블헤더 2차전이 그랬다. 이런 상황이 자주 일어날수록 타격감 유지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어쨌든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
그라운드 밖에선 '넘버 원'이다. 주장은 내려놨지만, 크레익의 KBO리그 연착륙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묵묵히 뒤에서 후배들을 독려한다는 게 내부 평가다. 하지만, 결국 타석에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이제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키움은 순위다툼의 클라이맥스에 들어섰다.
박병호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만 35세 신규 FA라서 C등급을 받는다. 타 구단이 박병호와 계약해도 키움에 선수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박병호가 지금까지 보여준 경쟁력으로는 올 겨울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올 가을, 진짜 반전이 필요하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