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17년 통합우승 후 길을 잃었다.
KIA 타이거즈의 냉정한 현주소다. 김기태 감독 재임 시절이던 2017년에 '깜짝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윈나우도 리빌딩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로 4년을 보냈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영입한 외국인감독마저 실패를 인정했다.
KIA는 1일 맷 윌리엄스 감독을 경질했다. 이화원 대표이사와 조계현 단장까지 함께 옷을 벗었다. 세 사람의 동반 퇴진(물론 이 대표이사와 조 단장은 자진사퇴)의 배경에는 결국 지난 1~2년간의 성과가 없었다는 모기업의 냉정한 판단이 있다고 봐야 한다.
KIA는 2014시즌 후 선동열 전 감독과 재계약을 발표했다가 팬들로부터 역풍을 맞았다. 선 전 감독은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KIA가 선택한 인사가 김기태 전 감독이었다. LG를 암흑기에서 벗어나게 하고 포스트시즌으로 인도한, '형님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었다.
김 전 감독은 2016년에 KIA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는 수완을 발휘하더니, 계약 마지막 시즌이던 2017년에는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사실 2017시즌을 시작할 때 우승후보로 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FA 최형우 영입과 외국인선수 농사, 이명기 트레이드, 이범호, 김주찬, 양현종 등 코어들의 맹활약에 김 감독 특유의 리더십이 조화를 이루며 8년만의 정상탈환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후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8년에는 기존 전력들을 위주로 재도전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2019년에 완전히 추락했다. 주축 타자들이 나이를 먹었으나 젊은 피들을 적시에 육성하지 못했다. 최원준이 튀어나오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뎁스가 약했다.
결국 박흥식 전 2군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강제 리빌딩'의 밭을 일궈놓은 뒤, 윌리엄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KIA가 윌리엄스 감독에게 3년 계약을 안기면서 기대한 건 첫 시즌에 리빌딩을 이어가고 두 번째 시즌에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낸 뒤, 2022시즌 대권 재도전이었다. 리빌딩이 필요한 팀이 3년 계약을 체결하는 감독 대부분에게 원하는 프로세스다.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 부임 후 2년간 성적도 육성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2020시즌 5강 다툼을 하면서도 새롭게 1군에 안착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올 시즌 20대 초반의 마무리 정해영을 발굴했고, 괴물 신인 이의리가 튀어나왔다. 장현식은 홀드 역사를 썼다.
하지만, 정해영과 장현식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오히려 투수진의 균형 있는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흘간 3연투한 장현식은 혹사 논란까지 일었다. 타선에선 외부에서 트레이드 한 선수들이 자리를 잡는 동안 자체적으로 육성한 선수들이 건전한 경쟁 체제를 이루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가능성 있는 타자들이 기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외부 지적까지 나왔다.
구단도 윌리엄스 감독에게 2년간 확실한 전력보강 및 지원을 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양현종까지 이탈하면서 어려움이 컸다. 결과적으로 윌리엄스 감독에게 1~2군 관리 전권을 맡긴 게 명확한 실패로 판명났다. 1군과 2군은 방향성이 완전히 다르다.
결국 지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사이 의미 있는 리빌딩을 했다는 신호가 없다. 3~4년 전이나 지금이나 KIA의 미래 확립, 뎁스 보강이 확실하게 됐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외국인감독이 능사는 아니며, 구단의 장기비전 및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프로스포츠의 평범한 진리만 확인했다.
결국 KIA는 2017시즌 우승 직후처럼, 다시 한번 출발선상에 섰다. 잃어버린 4년을 만회할 확실한 마스터플랜이 필요해 보인다.
[KIA 맷 윌리엄스 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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