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외국인 감독이 온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20시즌을 앞두고 맷 윌리엄스 감독이 KIA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많은 야구 팬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선수 시절 메이저리그 통산 378홈런을 터뜨린 레전드 타자인데다 은퇴 후에는 2014년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맡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해 윌리엄스 감독은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한 직전 시즌에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코치를 맡아 지도자로서 감각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KIA는 지난 해 73승 71패로 5할대 승률을 마크했으나 6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2년차 시즌으로 기대를 모았던 올해는 오히려 9위로 바닥을 쳤다. 이미 리빌딩을 선언한 한화보다 겨우 한 계단 위에 자리한 것이 전부였다.
올해는 팬들의 지지마저 잃었다. 9위가 확정적이었음에도 장현식에게 4연투를 감행한 것은 팬심이 완전히 멀어진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그동안 KBO 리그에서 외국인 감독 선임은 성공 보장 카드와 같았다. 롯데는 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선임해 7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고 이는 롯데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성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로이스터 감독은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뒤 한국을 떠났지만 강팀으로서 초석을 다진 롯데는 2011년과 2012년에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SK는 2017시즌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에서 다양한 지도자 경험을 쌓은 트레이 힐만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다. 힐만 감독 시대의 SK는 대성공이었다. 2017년에는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고 2018년에는 78승 65패 1무로 정규시즌을 2위라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을 제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 정규시즌에서 14.5경기차로 뒤졌던 두산을 4승 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로이스터 감독과 힐만 감독의 성공 배경에는 국내 지도자들과 달리 선수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면서도 자신감을 불어 넣는 리더십으로 사기를 드높였다. 롯데와 SK 선수들은 "국내 지도자들과 달리 감독님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팀 분위기를 바꾼 것과 동시에 성적까지 잡았으니 외국인 감독에 대한 환상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의 실패로 외국인 감독 선임이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공교롭게도 올해 KBO 리그에는 윌리엄스 감독을 비롯해 래리 서튼 롯데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까지 3명의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나란히 8~10위에 자리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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