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지난 해 3월이었다. LG는 잠실구장에서 청백전을 치르고 있었고 구단 자체 중계에 해설로 참여한 차명석 LG 단장은 비화 하나를 들려줬다. 바로 "다른 팀에서 홍창기와 백승현에 대한 트레이드 문의가 많이 온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홍창기와 백승현은 1군에서 뚜렷한 실적을 남기지 않은 유망주였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트레이드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 또한 인정 받은 선수들이었다. LG가 '대권'을 위한 전력보강으로 이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이들을 트레이드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해 홍창기는 생애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타율 .279 5홈런 39타점 11도루에 출루율 .411를 찍으며 LG의 새로운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올해는 타율 .328 4홈런 52타점 23도루에 출루율은 무려 .456에 달하면서 출루율 1위에 등극했다. 볼넷 109개라는 믿기 어려운 성적도 남겼다. 투수가 승부를 피하지 않아야 하는 1번타자가 이토록 많은 볼넷과 높은 출루율을 기록한 것은 경이롭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더 놀라운 사실은 144경기에 모두 출전했다는 것. 홍창기는 "아프지 않고 풀시즌을 치른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애초에 144경기를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프지 않다보니 전 경기를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큰 경기에서도 한층 나아진 모습이다. 홍창기는 지난 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8타수 무안타에 출루율 .111에 그쳤지만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다시 만나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나아졌다. 이미 홍창기는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작년에는 너무 잘 하려다 보니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올해는 안타 1개를 목표로 잡고 편하게 하겠다"라고 마음을 비우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렇게 그의 '눈야구'는 경험이 붙으면서 더욱 진화하고 있다.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백승현의 성장 스토리도 놀랍다. 오지환의 백업 유격수로 나섰던 야수 시절에는 통산 55경기에 나와 타율. 213 홈런 없이 4타점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백승현은 호주 질롱코리아에서 투수로 나와 154km 강속구를 던져 주목을 받았고 결국 투수로 전향해 새로운 야구 인생을 개척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퓨처스 시절에도 150km에 달하는 강속구를 유지한 그는 1군 무대에서 기회를 받았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16경기에 등판해 홀드 1개와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했고 16⅔이닝 동안 볼넷은 4개에 불과해 적어도 도망가는 피칭은 하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승선한 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허경민에 적시타를 맞고 1⅓이닝 1실점을 남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고 150km까지 찍힌 빠른 공으로 씩씩한 투구를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백승현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라는 점이다. 류지현 LG 감독은 "굉장히 발전 가능성이 크다. 시즌 후반에 역할을 늘리면서 어려운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을 이겨내더라"면서 "앞으로 젊은 투수 중에 좋은 자원을 얻은 것 같다. 내년에 정상적으로 시즌에 들어가려면 겨울에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기대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해가 됐다. 왜 다른 팀들이 홍창기와 백승현에게 관심을 보였는지, 그리고 왜 LG가 이들을 지켰는지 말이다.
[LG 홍창기(왼쪽)와 백승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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