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20년 전만 해도 야구는 철저히 선수들이 승리를 만들어가는 종목인 줄 알았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룡 전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감독이 늘 하는 말이 있었다. “나는 한 게 없어. 가끔 덕아웃에 있는 쓰레기통을 발로 뻥 차면 돼”라고 웃으며 말 한 적이 있다.
노감독은 우승에 기여한 것이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수많은 스타를 조율해서 만든 것을 애둘러 표한한 것이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사실 김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미국 특파원 시절 봤던 경험도 한몫 했다. 2001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팀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였다. 그 당시 우승 감독은 밥 브렌리였다. 그가 덕아웃에서 하는 일은 조그마한 책을 보는 것이었다.‘매치업’이라는 책이었다. 그것만 들고 투수를 기용했던 기억이 있다.
반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국 프로축구(NFL)와 미국프로농구(NBA)는 철저히 감독이 승리를 만들어 가는 종목이다. 프리 시즌부터 감독은 수많은 작전을 구상하고 선수들이 체득할 수 있게 끔 훈련을 해서 실전에서 사용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농구나 미식축구 감독이 야구 감독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이유였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미국에서는 모르겠지만 국내프로야구는 철저히 감독이 승리를 만들어가는 경기라는 것을, 특히 포스트시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전히 두산 김태형 감독 때문이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최적화 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잠실 라이벌인 LG와의 경기를 보면서 그랬다.‘꾀돌이’라는 별명을 가진 류지현 LG 감독이지만 김태형 감독에 비하면 '하수’였다.
아무나 재임기간 6년 동안 모두 KS 진출을 성공시키지는 못한다. 천하의 김응용 감독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선수단의 실력 뿐 아니라 감독의 능력도 보태져야 한다.
김태형 감독을 칭찬(?)하는 것은 좌지우지하는 탁월한 경기 운영능력이다. 심판도 함부로 못한다는 느낌이다.
준 PO1차전 때를 되돌아 보자. 김태형은 교묘히 룰을 이용했다. 5회초 정수빈의 번트안타(결국은 아웃)때 LG의 비디오판독으로 인해 아웃 사인이 났을 때를 보자.
김감독은 덕아웃을 박차고 나오면서 주심에게 ‘설명’‘설명’이라며 외쳤다. 옆에 있던 코치가 말렸지만 계속해서 걸어 나왔다. 결론은 ‘3피트 수비방해’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나중에 주심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류지현 감독은 곧바로 항의하면서 9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사실 강단있는 심판이었다면 김감독을 퇴장시켜도 할 말이 없다. 규정에는 항의할 사안이 아니다.
김 감독의 '3피트 라인' 설명요구는 '성동격서’같은 느낌이다. 김감독도 그걸 알면서 설명을 요청했고 결국은 류진현 감독이 말려들어간 느낌이었다. 결국 5회 두산은 한점 더 뽑으면서 달아났다.
그리고 3차전에서도 김감독은 5회초 6점을 뽑으면서 10-1로 앞선 5회말 수비에서도 움직였다. 이영하가 선두타자 채은성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김감독은 타임을 요청한 후 천천히 마운드로 걸아갔다.
보통 9점을 앞선 상황에서 주자 한명을 내보내자 마자 감독이 마운드에 오르지는 않는다. 하나 김태형은 타임을 요청했다.
경기 후 김감독은 이에 대해서 “이영하가 슬라이더 밸런스가 좋다고 봤다. 속구를 던지는데 아무래도 힘이 덜붙은 상황이었다. 슬라이더가 좋다는 그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봐온 김감독의 행태로는‘김빼기 작전' 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나쁘게 이야기 하면 LG를 갖고 놀았다는 생각이다. 시즌 중에도 LG 코치를 향해서 “너 이리와봐”라고 믹말을 했던 김 감독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제 삼성은 두산과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다. 허삼영 감독도 김감독이 보면 ‘초짜 감독’일 뿐이다. 특히 허감독은 프로에서 선수생활도 제대로 하지 않은 감독이기에 김 감독은 허 감독을 얕잡아 볼 것이 뻔하다. 허 감독은 김 감독이 '여우 탈을 쓴 곰'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분분이다.
사실 김태형 감독에게 예의와 아량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에 가깝다. 상대를 농락하고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승부의 세계, 특히 한 게임 한 게임이 ‘단두대 매치’인 포스트시즌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바로 그게 승부의 세계이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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