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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우리 중앙내야요? 약하다고 생각 안 해요."
SSG 류선규 단장은 지난 5월 말 김찬형을 트레이드로 영입할 때 10개 구단 중앙내야의 뎁스와 품질을 분석해보니 SSG가 최하위권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류 단장은 최근 전화통화서 "이제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박성한의 성장이 결정적이다. 135경기에 출전하며 3할(0.302) 유격수로 우뚝 섰다. 4홈런 44타점 53득점. 타격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상무 시절부터 지켜본 코디 벨린저(LA 다저스)를 벤치마킹 했다. 그러나 '어퍼스윙 딜레마'에 빠진 끝에 매커니즘을 수정했다. 결국 벨린저의 장점에 자신만의 폼을 정립해 대성공했다.
수비력도 괜찮았다. 시즌 초반에는 실책이 잦았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적이었다. 1007⅔이닝 동안 23실책을 기록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WAA(평균대비 수비 승리기여) 0.414로 리그 내야수 11위였다. 10개 구단 주전 유격수들 중에선 하위권이었다. 그래도 풀타임 1년차인 걸 감안하면 박수 받을 만했다.
박성한이 좌측 중앙을 안정적으로 맡았다. 2루에 최주환과 김성현이 번갈아 들어갔다. 안상현과 김찬형이 뒤를 받쳤다. 제이미 로맥의 부진과 부상으로 최주환이 은근히 1루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SSG 중앙내야는 박성한-최주환 체제가 자리 잡혔다. 2021년 SSG 최대수확 중 하나다.
KBO리그 역사를 돌아볼 때 중앙내야의 수비력이 떨어지는 팀은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그들이 공격력까지 갖췄다면 그 팀은 한국시리즈 우승권이었다. SSG는 베테랑 포수 이재원에 최지훈이라는 젊은 중견수까지 보유했다. 장기적으로 강한 센터라인의 토대를 다졌다.
박성한은 SSG 중앙내야에 대한 자부심이 확고했다.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마무리훈련을 마친 뒤 "다른 팀에 비해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루에도 최주환 선배, 김성현 선배가 충분히 잘 한다. 주환 선배님은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내년에 더 잘할 것이다. 우리 중앙내야가 중상위권은 하지 않나"라고 했다.
SSG는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박성한은 "마지막 경기서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와서 어쩔 수 없었다.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서 거기까지 간 것도 대단했다. 크게 미련 없다. 우리 팀은 내년에 더 잘할 것이다"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경험을 한 시즌이었다. 박성한은 "처음에는 수비 실수가 많았다.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었다. 멘탈이 무너졌다. 그러나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줘서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했다. 실제 박성한의 성장에 김원형 감독의 꾸준한 믿음도 한 몫 했다.
2020년 막판 군 복무를 마치고 1군에서 기용됐다. 당시에는 '테스트'를 받는 느낌이 강했다는 게 박성한의 회상이다. 반면 올 시즌은 초반부터 주전유격수로 자리잡으면서 책임감이 생겼다.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라고 했다.
데뷔 4년만의 첫 풀타임. 23세 영건이라서 힘들지 않았던 것일까.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박성한은 "선배님들이 첫 풀타임이면 경기에 나갈수록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딱히 그런 게 없었다. 물론 몸이 좀 무거워지면서 방망이가 덜 돌긴 했지만, 잘 먹고 잘 쉬면서 회복했다. 영양제도 챙겨먹었다. 홈 경기 때는 집에 돌아와서 최대한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나서 아침부터 챙겨 먹었다. 요즘은 유튜브를 보면서 직접 밥을 해먹는다"라고 했다.
박성한은 이미 2022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마무리훈련은 회복 위주다. 박성한은 "가볍게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쉬고 있다. 내년에는 더 잘하고 싶다. 나오지 말아야 할 행동, 안 해야 하는 행동이 있었는데 그걸 보완해야 한다. 2년차 징크스를 말하는데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안 해야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사소한 것이다. 박성한은 "분명히 타자를 체크했다면 평범하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가 있었다. 안일하게 생각해서 타자가 발이 빠른데 천천히 처리해서 세이프를 준다든지 사소한 것 하나에 집중하지 못해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주루도 좀 더 생각하고 움직였다면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게 아쉽다"라고 했다.
단순히 '더 잘 치고 더 잘 받고 더 잘 던지겠다'가 아니다.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한 디테일한 방법론을 갖고 있다. 박성한의 2022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성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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