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성남 이현호 기자]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 권경원(29, 성남FC)의 거취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행선지가 점점 추려지는 모양새다.
권경원은 올해 7월 초 군 복무(김천 상무)를 마치고 새 팀을 찾았다. 친정팀 전북현대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의 선택은 시민구단 성남이었다. 그 이유를 두고 “성남 김남일 감독의 러브콜이 있었다. 전북에서 함께 선수 생활하며 보고 배운 게 많은 분”이라고 답했다. 프로팀 감독이 된 옛 선배의 부름에 응한 권경원은 성남과 6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다.
이전까지 들쭉날쭉하던 성남 수비력은 권경원이 합류하면서 탄탄해졌다. 김남일 감독은 권경원 영입 후 “팀에 큰 도움이 된다. 어린 후배들이 경원이를 보고 배우는 게 많다”라고 수차례 칭찬했다.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도 “기존 수비수들 눈빛이 달라졌다. 경원이가 현역 대표팀 선수니까 사소한 것까지 배우려고 한다”며 영입 효과를 들려줬다.
2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과 광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37라운드가 열렸다. 두 팀 모두 아직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 당연하게도 성남은 권경원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 옆에는 최지묵, 마상훈, 이시영이 함께 수비라인을 지켰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남일 감독에게 “권경원이 곧 자유계약(FA)이 된다. 새 시즌에도 함께하자고 말했는가”라는 질문이 향했다. 김남일 감독은 옅은 미소와 함께 “농담으로 내년에도 성남에서 같이 해보자고 말했는데 거절했다”라고 답했다.
권경원의 거절은 진심이었을까. 그 뉘앙스에 대해 농담인지 진담인지 재차 물었다. 그러자 김남일 감독은 “확실하게 거절했다. 좋은 데 가서 더 대우받으며 뛰고 싶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 얼굴에는 서운하다는 표정과 이해한다는 표정이 교차했다. 시민구단 재정상 몸값이 높은 권경원을 오래 붙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독피셜’까지 시원하게 나왔다. 권경원은 내년에 성남이 아닌 다른 팀에서 뛴다. 그렇다면 어느 팀으로 가느냐가 중요하다. 축구계 관계자는 “아직 시즌 중이어서 구체적인 이적 협상을 하진 않았다. 선수 본인은 성남의 K리그11 잔류에만 집중하고 있다”라면서 “K리그 내에서 이적하면 친정 전북이 가장 유력하다. 중동 등 해외 이적도 가능하다”라고 귀띔했다.
전북 유스 출신 권경원은 2013년에 전북에서 프로 데뷔했다. 전북에서 2년을 뛰고 UAE의 알 아흘리, 중국 슈퍼리그(CSL)의 톈진 취안젠에서 해외 무대를 밟았다. 톈진 시절 감독은 이탈리아·레알 마드리드·유벤투스의 레전드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였다. 권경원은 2019년 하반기에 전북으로 임대 이적해 6개월을 뛰고 김천 상무에 입대했다. K리그에서는 전북, 김천, 성남에서만 뛴 것이다.
전북은 수비 보강이 필수적이다. 홍정호(32) 외에 확실한 주전 센터백이 없다. 김민혁(29)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된다. 최보경(33)은 전성기가 지났고, 구자룡(29)은 서브 자원으로 분류된다. 권경원이 들어가면 수비진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그림이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지만, 어쩌면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권경원의 말 한마디를 덧붙이겠다. “제가 군 제대 후 (전북이 아닌) 성남으로 이적하면서 전북 팬들이 많이 실망하셨을 텐데, 참 죄송스럽다. 언젠가 전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때 꼭 다시 가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은혜를 갚고 싶다.” 지난 8월 권경원이 성남 소속으로 전북전을 치른 뒤 남긴 말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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