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맞히는 투수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SSG 최정은 '비공인 전 세계' 사구왕이다. 올 시즌 도중 휴이 제닝스(287사구)를 넘어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올 시즌까지 통산 294개. 지난달 29일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시상식에서도 어김 없이 "왜 최정 선수는 사구가 많을까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최정은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라면서 "맞는 타자에게 물어볼 게 아니라 맞히는 투수에게 물어보면 좋겠다"라고 했다. 자신은 정말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미다. 사실 최정도 당연히 맞고 싶어서 맞는 게 아니다.
분명한 건 최정이 몸쪽 승부를 즐긴다는 점이다. 몸에 공을 많이 맞는데도 몸쪽 코스 공략에 적극적이다. 김원형 감독도 시즌 중 최정이 몸쪽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며 어깨가 일찍 열리지 않고 좋은 타격을 한다고 칭찬했다.
추신수도 지난달 초 시즌 결산 기자회견서 "최정은 대단하다. 사구를 많이 맞는데도 몸쪽 공을 잘 쳐낸다. 몸쪽으로 오면 놀라게 돼 있는데 정이는 안 놀란다"라고 했다. 정말 최정은 몸쪽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일까.
최정은 시상식 후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이 휘어서 스트라이크가 될 수도 있다. 공을 끝까지 보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좌투수의 컷패스트볼이 우타자 몸쪽으로 들어올 때, 가운데로 꺾이며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공을 놓치면 결국 타자가 손해다.
사실 사구도 볼넷이나 단타와 마찬가지로 1루를 점유하는 것이다. 출루율이나 OPS 같은 개인기록에도 이득이다. 실제 "매년 OPS 0.9를 꾸준히 넘기는 비결"이라는 질문에 "사구가 많아서"라고 답했다. 시상식 후에도 "위험한 부위에 안 맞는다면 가까이 붙는 편이다. 아프지 않는 한도에서의 몸에 맞는 볼은 안타 이상의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타자의 적극적인 몸쪽 공략은 홈플레이트 절반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투수가 몸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는 타자에게 사구를 내주지 않으려고 의식한 순간,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의 확률이 높아진다. 통산 403홈런의 최정은 실투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올 시즌 35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다.
참고로 최정은 2018년부터 4년 연속 20사구 이상을 기록했다. 내년에도 20사구를 돌파하면 2009~2013년에 이어 또 한번 5년 연속 20사구라는 대기록(?)을 달성한다. 이렇게 많이 맞는데도 최근 3년 연속 큰 부상 없이 130경기 이상 출전했다. 금강불괴다.
[최정.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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