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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제프 주커(56) 미국 CNN 사장이 9년 만에 전격적으로 자진 사임했다.
고위급 동료 여성 임원과의 ‘사내 로맨스’를 숨긴 것이 빌미가 됐다. 불명예 퇴진인 셈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주커 사장은 전직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에 관한 회사 측의 조사 과정에 자신과 동료 임원의 관계가 드러나자 사임을 결정했다.
임직원들에게는 메모를 통해 자신의 사임 사실을 알렸다.
주커 사장은 "크리스 쿠오모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나도 20년 넘게 함께 일한 가장 가까운 동료와 합의 하에 맺은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면서 "관계가 시작됐을 때 그 사실을 공개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주커 사장은 "그 결과로 오늘 물러나기로 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함께 멋진 9년을 보냈다. 내 임기가 다른 식으로 끝나기를 바랐지만, (CNN에서의)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주커 사장과 로맨틱한 관계를 맺은 동료는 앨리슨 골러스트 CNN 수석부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라고 NYT가 보도했다.
골러스트 부사장은 "제프와 난 20년 넘게 가까운 친구이자 직업상 파트너였다"면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동안 우리의 관계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적당한 시기에 관계를 밝히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면서도 자신은 CNN에 계속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커 사장과 골러스트 부사장은 모두 이혼한 상태다.
그렇다면 주커 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은 뭘까?
단순히 골러스트 부사장과의 ‘은밀한 사내 로맨스’가 탄로났기 때문일까?
최근 CNN 내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복기해 보면 흥미로운 점이 여럿 발견된다.
먼저, 주커 사장의 자진 퇴진 원인(遠因)은 지난해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앤드루 코오모 전 뉴욕주지사의 성추행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주 검찰은 지난해 8월 쿠오모 전 주지사가 전·현직 여성 보좌관 11명을 성추행 또는 희롱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10월 말 기소했다. 이에 쿠오모 전 주지사는 뉴욕지사직에서 물러났다.
급기야 이 사건의 불똥은 쿠오모 전 주지사의 친동생으로 CNN 간판 앵커로 있던 크리스 쿠오모에게로 튀었다. 급기야 쿠오모 전 앵커를 둘러싸고 “언론인의 윤리를 어기고 친형의 성추문 문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검찰 수사 결과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쿠오모 전 주지사 성추문 사건을 수사한 뉴욕 검찰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쿠오모 전 앵커는 형이 입장을 표명할 때마다 조언을 했다. 형의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뉴요커와 폴리티코 등 다른 매체가 보도하려는 내용을 사전에 파악하려고도 했다.
뉴욕 검찰의 수사 결과는 주커 사장의 지지를 업고 아무런 징계조차 받지 않았던 쿠오모 전 앵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11월 30일 뉴욕 검찰이 관련자 증언과 쿠오모 전 앵커가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자, CNN에서 무기 정직 처분을 받고 직무 배제됐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며칠이 지난 12월 4일, CNN은 쿠오모 전 앵커에 대한 전격 해임 조치를 발표했다. ‘친형의 성추문 사건 무마 개입’ 혐의를 벗지 못하고 결국 CNN에서 퇴출된 것이다.
당시 CNN은 “그 동안의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쿠오모 전 앵커의 해고에도 필요한 조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새로 드러난 사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평소 쿠오모 전 앵커를 옹호해 온 주커 사장은 그를 해고한 뒤 “이번 결정은 쉽지 않았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복잡하게 얽힌 많은 것들을 고려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또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쿠오모 전 주지사의 성추문 사건의 불똥이 친동생인 ‘쿠오모 전 앵커의 해고’ 파문을 거쳐 이번에는 주커 사장의 퇴진으로 다시 연쇄 폭발한 것이다.
과연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와 그의 친동생 쿠오모 전 CNN 앵커, 그리고 주커 CNN 사장, 이들 3명 사이에는 지난 수개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자못 궁금하다.
한편, 미국 미디어와 방송계에서 유력인사로 꼽히는 주커 사장은 NBC유니버설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뒤 지난 2013년 CNN에 합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여 대중에도 잘 알려진 미디어 경영자다.
워너미디어의 뉴스·스포츠부문 의장인 주커 사장은 최근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CNN+ 출범 준비에 공을 들여왔다. 이날 주커 사장의 사임은 모회사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을 앞두고 발표됐다.
[사진설명:제프 주커 CNN 사장(위)과 앤드루 코오모 전 뉴욕주지사. /AFPBBnews]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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