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사진설명:콜롬비아 정부가 지난 2015년 12월 공개한 사진으로, 카르타헤나 앞바다에 침몰해 있는 산호세호 안의 항아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AFPBBNews]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300여년 전 카리브해에서 침몰한 스페인 보물선을 놓고 최근 콜롬비아 정부가 ‘우리의 유산’이라는 주장을 거듭 제기하고 나서면서 소유권 논쟁이 재점화할 지 주목된다.
마르타 루시아 라미레스 콜롬비아 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최근 대통령령을 통해 "유적지 보호를 위한 확고한 법적 틀을 구축했다"며 "산호세호(號)와 그 안에 실린 것들은 미래 세대를 위해 보호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통령이 첨부한 대통령령은 향후 배 인양에 참여하려는 이들은 정부와 계약을 맺고, 배 안에 실린 물품의 구체적 내역과 정부 반환 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산호세호가 콜롬비아의 문화 유산이라는 주장을 굳히면서 인양 이후 불거질 소유권 분쟁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사진설명:콜롬비아 정부가 2017년 7월 공개한 사진으로, 카르타헤나 앞바다에침몰해 있는 산호세호의 잔해물과 포탄 등이 선명하게 보인다. /AFPBBNews]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의 함대에 속해 있던 범선 산호세호는 1708년 6월 8일 영국 함대와의 전투 과정에서 카르타헤나 앞바다에 침몰했다. 군인과 선원 등 600명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산호세호는 펠리페 국왕에게 전달하기 위해 당시 스페인 식민지였던 볼리비아와 페루 등 신대륙에서 약탈해 가져온 200t가량의 금과 은, 에메랄드 등을 가득 싣고 있었다. 금은보화의 개수만 무려 1,100여개로 170억달러(약 20조 4,000억원)의 가치로 추정되고 있다.
카리브해에 수장된 여러 스페인 보물선 중에서도 가장 많은 보물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산호세호는 지난 300여 년간 전 세계 탐험가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배의 위치가 정확히 확인된 것은 2015년 11월 27일이다. 콜롬비아 북부 항구도시 카르타헤나 인근 해저에서 스페인 난파선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와 항아리 등이 수중 카메라에 선명하게 포착된 것이다. 당시 콜롬비아 정부는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기밀에 붙였다.
[사진설명:콜롬비아 정부가 2017년 6월 공개한 사진으로, 고고학자들이 카르타헤나 앞바다에 침몰해 있는 산호세호의 구조와 잔해물을 분석하고 있다. /AFPBBNews]
하지만 이 보물선의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그 전부터 시작됐다.
1980년대 산호세 침몰 지점을 발견했다고 주장한 미국 인양업체가 콜롬비아 정부와 보물 지분을 놓고 오래 소송을 벌였고 미국 법원은 2011년 콜롬비아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콜롬비아 정부가 "사상 최대의 발견"이라며 산호세호 발견 사실을 발표한 후엔 스페인 정부도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침몰 당시 선박이 스페인 국기를 달고 있었던 만큼 스페인 소유라는 것이다.
여기에 볼리비아 원주민들은 배에 실린 보물이 자신의 조상들이 강제 노역으로 채굴한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자국 영해에서 침몰한 선박은 자국 국가유산이라고 규정한 바 있는 콜롬비아는 향후 카르타헤나에 전시관을 세워 산호세호 잔해와 보물들을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설명:콜롬비아 정부가 2017년 6월 공개한 사진으로, 고고학자들이 카르타헤나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산호세호 침몰 지역 인근을 탐사하고 있다. /AFPBBNews]
콜롬비아는 2015년 발견 이후 인양 작업에 착수했다가 이반 두케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소유권이 확실히 보장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인양을 중단한 상태다.
콜롬비아 정부는 해저 600∼1,000m 지점에 있는 산호세호 인양에 7,000만달러(약 838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한편, 콜롬비아의 카리브해에는 산호세 외에도 보물선이 6~10척 더 침몰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고학자인 파비안 사나브리아는 지난 2015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콜롬비아 인근 카리브해에 1,000여 척의 배가 가라앉아 있으며 산호세는 이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이들이 찾아 헤맨 보물선”이라고 전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