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미투' 논란에 휩싸였던 오달수를 품고 관객과 만난다. 2017년 8월 촬영 완료 후 이듬해 출연 배우 오달수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가 5년 만에 극장가를 찾는 것이다.
2018년 동료 여배우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활동을 중단했던 오달수는 2년 뒤 영화 '이웃사촌'으로 복귀했고, 이번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도 그대로 출연한다.
7일 오전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배우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과 김지훈 감독 참석했다. 당초 함께할 예정이었던 오달수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타워', '싱크홀'의 김 감독이 연출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민낯을 다룬다. 2012년 제5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에서 상연된 동명의 원작 연극을 재해석해 학교폭력 가해자의 추악하고 오만한 얼굴을 펼쳐 보인다.
김 감독은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정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각자 마음이나 표현 방식이 많이 달랐다. 제시하기보다 듣고 느끼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족했단 생각이다. 배우들도 현장에서 많이 고민했다. 명쾌한 방향을 찾는다기보다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라고 촬영 당시를 돌이켰다.
김 감독은 연극을 영화로 만들고자 원작자 하타사와 세이코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 그는 "갈망하는 마음으로 원작자를 찾아뵀다. 영화로 해석되기 쉽지 않을 거라 했다"라며 "생각과 달리 많이 어려웠다"라고 회상했다.
설경구는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한음 국제중학교 학생 강한결의 아버지이자 변호사 강호창 역을 맡았다. 피해 학생의 안부보다 무서움에 잠 못 들 아들이 더 걱정인 강호창은 다른 가해자 부모들과 공모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천우희는 학폭 사건을 폭로하는 담임 교사 송정욱 역으로 나섰다. 피해자 김건우가 남긴 편지의 수신자로,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고 진실을 밝혀내려 힘쓴다.
고창석은 정이든의 아빠인 수학 교사 정선생을 연기했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이 학폭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자 약삭빠른 움직임으로 사건 은폐에 가담한다.
오달수는 도윤재의 아빠이자 서울미래병원 이사장 도지열로 분했다. 아들 도윤재가 학폭 사건 가해자로 지목되자 재력을 이용해 사건을 무마시키려는 뻔뻔한 인물이다. 의식을 잃은 피해 학생을 병원에 입원시켜 눈 앞에 두고 지켜보는 섬뜩함도 보인다.
설경구는 "학폭 가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각본을 보고 분노하고 마음이 아팠다.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전달됐다. 이 이야기가 소개돼서 관객이 공감을 했으면 좋겠어서 출연하게 됐다"라고 각본을 받아든 이유를 설명했다.
"애를 많이 써서 만든 영화"라며 "완성도도 좋다. 보고 같이 공감하고 아파하고 분노해주셨으면 좋겠다. 영화에 나오는 피해자의 얼굴과 마음을 담아두시길 바란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천우희는 "원작 연극을 봤다. 낭독 공연도 봤는데 너무 흥미로웠다. 영화화한다고 해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 한편으로 두렵기도 했다. 연극으로 보이는 것과 영상으로 표현되는 건 다르잖냐. 결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사회적 이야기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다. 많이 봤으면 좋겠단 생각이었다"라고 전했다.
송정욱에 대해선 "가해자와 피해자의 담임인 기간제 교사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가해자 부모들에게서 피해자를 도와주려한다. 극중 나이가 스물셋 정도인 사회 초년생이다. 경험치도 낮고 정의감이 불타지는 않는다. 진실에 다가가려 하지만 어설프고 유악하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선배 사이에서 막내다. 거의 아기다. 영화는 진지하고 무겁지만 현장 분위기가 손 꼽을 만큼 훈훈하고 행복하고 끈끈했다"라고 훈훈했던 촬영 분위기를 언급했다.
사실 출연을 고사했었다는 천우희는 "낭독 공연과 연극을 본 팬으로서 원작의 느낌을 갖고 있고 싶었다. 그때 설경구 선배가 번호를 아시고 연락 주셨다. 직접 전화해 제안 주셔서 감사했다"라고 했고, 설경구는 "천우희여야 했다.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했다"라고 극찬했다.
고창석은 "영화가 5년간 빛을 못 볼까봐 맘졸였다. 외면 받아선 안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많은 관객과 만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기쁨과 동시에 감격스럽기도 하다"라며 "각본을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 전 배우이기 전에 한 아이의 부모다. 나였으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 자신이 없어지더라. 영화를 찍으며 다시 한번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됐다. 혼란스럽지만 뜻깊은 작업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정선생은 정보가 많고 치밀하고 눈치가 빠르다. 중간에서 정보를 흘리기도 하고 어떤 줄을 잡는 것이 아들을 위한 것일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계산적인 인물이다"라고 덧붙였다.
국제중학교 교사인 만큼 따로 영어 연습을 했다는 고창석은 "영화에 나오는 영어는 영국식 영어다. 나름의 설정이었다"라며 "영어보다 바깥 상황에 귀 기울이는 학생들을 집중시키는 게 힘들었다"라고 밝혔다.
오는 27일 개봉.
[사진 = 마인드마크]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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