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코치님께서 '할 수 있냐'고 했을 때 '할 수 있다'고 했다"
두산 베어스 김민혁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시즌 4차전 원정 맞대결에 대타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 프로야구 선수 생활 중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지난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은 김민혁은 17일 경기에 앞서 올 시즌 첫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지금 내려가고 올라온 선수들의 쓰임새가 모두 비슷하다.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좋을지는 봐야 한다. 올라온 선수들이 내려간 선수들과 특별한 차이가 없지만, 조금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김민혁에게는 정말 다사다난하지만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이날 대타로 출전한 김민혁은 타석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 프로 무대에서 데뷔 첫 포수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마무리하는 경험까지 했다.
김민혁이 포수를 맡게 된 배경은 이렇게 시작됐다. 김태형 감독이 치명적인 송구 실책과 함께 승기가 이미 기울었다고 판단했던 것일지 1-8로 뒤진 5회초 주전 포수 박세혁을 빼고 박유연을 투입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박유연이 6회말 SSG 선발 이반 노바의 150km 투심 패스트볼에 왼쪽 손등을 맞은 것. 박유연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두산 트레이너는 곧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박유연은 빠지지 않고 1루 베이스로 걸어나가 경기를 이어갔지만, 김태형 감독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7회초 포수를 교체했다.
포수로 두산에 입단한 김재환이 있지만, 무릎 등 고질적인 부상으로 인해 포수를 맡는 것은 부담이었다. 박세혁과 박유연 외에는 백업 포수가 없던 두산은 광주대성초와 동성중학교 시절 포수를 경험한 바 있는 김민혁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웠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김민혁은 5-8로 뒤진 7회초 김명신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세 번의 폭투를 기록했다. 폭투로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내보냈고, 추신수의 스트라이크 낫 아웃 상황에서 공이 떨어진 장소를 찾아내지 못하면서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두산은 경기 후반 강한 집중력을 바탕으로 패색이 짙어진 경기에서 동점을 만들어냈고, 김민혁도 이닝을 거듭할수록 포수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김민혁은 7회부터 연장전 12회가 끝날 때까지 권휘(1이닝)-정철원(2이닝)-홍건희(2이닝)과 호흡을 맞추며 안방을 책임졌고, 승기를 놓쳤던 경기를 9-9로 마무리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포일과 폭투가 많았던 이유는 포수의 미숙함도 있었지만, 투수와 사인을 맞추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김민혁은 경기가 끝난 뒤 "코치님께서 '할 수 있냐'고 했을 때 '할 수 있다'고 했다. 기회가 있을 때 나가고 싶었다"며 "투수와는 '사인 아무거나 낼 테니 던지고 싶은 것을 던져라'고 말했다"고 간절했던 심경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하루만에 너무 많은 일을 경험한 탓일까. 김민혁은 경기가 끝난 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정신없는 하루였고, 긴장했지만, 코치님이나 형들이 응원해 주셔서 회가 거듭할수록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고 포수로서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6회 추격을 하는 과정에서의 적시타, 8회 동점을 만들 때의 안타도 분명 빛났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 이후 처음 포수 마스크를 쓰고 6이닝을 책임지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갈 때 김민혁의 모습은 더욱 눈부셨다. 김태형 감독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을 듯하다.
[포수 마스크를 쓴 김민혁.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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