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LG는 2019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한 주전 유격수 오지환(32)과 4년 총액 40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벌써 올해로 계약 이후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LG가 오지환을 40억원에 붙잡은 것은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오지환은 FA 계약 첫 시즌이었던 2020년 타율 .300 10홈런 71타점 20도루로 생애 첫 3할 타율을 마크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지난 해에는 도쿄올림픽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국가대표로서 성숙한 기량을 보여줬다.
올해는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거포 유격수'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어 공격과 수비에 걸쳐 LG 전력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팀의 69경기에 모두 출전할 만큼 내구성은 그대로인데 벌써 홈런 11개를 쳤고 도루도 9개를 기록하면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할 기세다.
오지환은 지난 22일 잠실 한화전에서 4번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채은성이 담 증세를 보여 휴식을 취한 탓에 LG는 오지환을 4번타자로 전격 기용했다. 오지환도 라인업을 보고 의아했지만 타석에서 집중력을 높여 결정적인 투런포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유격수가 4번타자로 나와서 홈런까지 쳤다. 만화 같은 하루"라고 웃은 오지환은 '4번타자 자리가 잘 맞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내 자신은 내가 잘 안다. 4번타자는 일회성으로 끝내야 한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오지환하면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역시 수비다. 올해는 특히 내야진에 어린 선수들의 출전이 잦아져 자신이 커버해야 하는 범위가 더 커졌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오지환의 실책 개수만 놓고 평가 절하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지환은 올해 벌써 실책 11개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에서 박찬호(KIA)와 한동희(롯데) 다음으로 많다. 오지환도 실책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맞다. 대한민국에서 실책이 가장 많은 선수"라고 쿨하게 인정한다.
지금 LG는 2루수는 손호영과 송찬의가 번갈아 출전하고 있고 3루수는 문보경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모두 아직까지는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 그래서 내야의 중심에 있는 오지환이 '커버'를 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후배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수비 범위가 더 넓어진 측면이 있다. 애매한 타구가 오면 실책을 하더라도 내가 처리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는 오지환의 말에서 왜 그의 실책 개수가 늘어났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리그에서 유격수 중 가장 많은 579⅔이닝을 소화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워낙 LG에서 비중이 큰 탓에 실책 11개를 기록했어도 수비율은 .962로 결코 나쁘지 않다.
이제 오지환이 없는 LG 전력은 상상하기 힘들다. LG가 최근 새로 영입한 외국인타자 로벨 가르시아가 유격수로 출전한 경력이 있기는 하지만 주 포지션이 3루수인 만큼 3루수로 출전하는 비중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타선에서의 파워, 수비에서의 안정감, 리더로서 책임감까지. 100억 계약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LG가 오지환을 40억원에 잡은 것은 행운이었다.
[오지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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