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박승환 기자] 역시 글렌 스파크맨이 '제로퀵(0이닝 강판)'의 수모를 당했을 때 교체를 단행했어야 하는 것일까. 댄 스트레일리(롯데 자이언츠)가 KBO리그의 복귀전에서 보여준 모습을 본다면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스트레일리는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9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81구, 4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2020년 15승 4패 평균자책점 2.50 탈삼진왕, 2021년 10승 12패 평균자책점 4.07로 활약한 스트레일리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롯데 유니폼을 벗었다. 가족과 메이저리그 재입성의 꿈을 위함이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입성은 쉽지 않았다.
스트레일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은 후 초청 선수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줄곧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었다.
스트레일리가 힘든 시기를 겪던 중 롯데도 스파크맨과 결별하게 되면서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그 결과 스트레일리는 지난 2일 롯데와 연봉 총액 4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KBO리그로 돌아왔다.
2020시즌 최고 150km, 평균 144km, 2021시즌 최고 151km, 평균 146km를 찍던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은 분명 떨어졌다. 이날 스트레일리는 최고 147km에 불과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뛰었던 경험치를 바탕으로 복귀전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스트레일리는 1회 시작부터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김휘집을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2회에는 삼진 두 개를 곁들이며 이닝을 마쳤고, 3회에도 큰 위기는 없었다. 스트레일리는 4회 이지영에게 2루타, 전병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다시 위기를 자초했지만, 이번에도 무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봉쇄했다.
타선의 지원이 없는 고독한 싸움에도 익숙한 스트레일리의 순항은 계속됐다. 스트레일리는 5회 김주완-김혜성-이정후로 이어지는 강력한 상위 타선을 상대로 이날 첫 삼자범퇴를 마크했다. 비록 호투가 승리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복귀전을 감안하면 훌륭한 투구였다.
스트레일리가 호투는 롯데의 외국인 투수 교체 시점은 더욱 아쉽게 만들었다. 시즌 초반 스파크맨이 부상의 여파와 꽃가루 알레르기 등의 문제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었을 때 외국인 투수를 교체했다면 롯데의 순위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것은 결과론. 하지만 야구에서 결과를 빼놓고는 아무것도 논할 수가 없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데, 소를 잃고난 후 외양간을 고친 전형적으로 안 풀리는 집안의 패턴. 스트레일리의 호투는 분명 반가운 일. 하지만 가을야구의 희망이 모두 사라진 시점에서 '털보 에이스'의 호투는 롯데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롯데 선발투수 스트레일리가 1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 = 고척돔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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