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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설치돼 있는 맨홀 이미지.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기록적인 폭우 속 흙탕물에 숨은 맨홀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지뢰밭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수관 압력을 견디지 못해 맨홀 뚜껑이 튕겨 나가면서 행인이 맨홀에 빠지는 참사가 벌어진 탓이다.
뚜껑이 열린 맨홀을 구분하기 어렵고, 체계적인 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8일 밤 5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건물 인근 맨홀에 빠졌다.
맨홀에 빠지면 순식간에 내부 급류에 휩쓸리기 때문에 구조와 수색이 매우 어렵다. 실종자 중 40대 남성은 10일 사고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1.5㎞ 떨어진 한 버스정류장 부근 맨홀에서 발견됐다. 우수 배수관을 따라 떠밀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맨홀에는 웬만한 수압에도 버틸 수 있는 잠금장치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서초구 관계자는 “빗물이 많이 유입되는 저지대 맨홀에는 뚜껑을 하부에 고정하는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다”며 “사고 맨홀도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뚜껑이 열렸고, 현재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단기간에 워낙 많은 빗물이 흘러들어 수압이 높아지면서 잠금장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맨홀은 서울 시내에만 62만4318개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폭우로 뚜껑이 열리거나 유실된 곳을 찾아내는 관리 시스템은 없다.
각 자치구가 용역 또는 일용직 직원을 고용해 순찰하고, 뚜껑이 열린 곳을 찾으면 바로 닫는 게 전부다. 시 관계자는 “맨홀 뚜껑이 열린 걸 발견하면 바로 닫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뚜껑 유실 지역에 대한 통계는 내지 않는다”며 “추후 뚜껑이 유실된 게 확인되면 새로 교체한다”고 말했다.
열린 뚜껑을 닫더라도 침수 상황에선 다시 열리기 일쑤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침수 때문에 맨홀 뚜껑이 열렸다면 그 자리에서 닫아도 압력 때문에 곧 다시 열린다”며 “현재로선 시민들이 주의해 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도로와 인도에 설치된 수많은 맨홀에 이정표나 안내판을 세우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 관계자는 “여러 방법을 검토 중이지만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며 “폭우로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다면 일단 걷는 걸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우수관 또는 하수관의 용량을 늘리는 등 배수 체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창삼 인덕대 교수는 “한 번 열린 맨홀은 계속 열린다. 그래서 열린 포인트를 정확하게 찾아내 얼마만큼 부하가 걸렸는지 진단하는 게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론 배수 체계를 개선해 관내 압력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맨홀 뚜껑이 튀어오를 만큼 압력이 차면 안 된다. 하수관 용량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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