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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가 50년 전 사형이 집행된 뒤 암매장된 ‘실미도 부대’ 마지막 공작원 4명의 유해를 발굴하라고 이르면 오는 9월 국방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26일 법조계를 인용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진화위는 오는 9~10월 중 국방부에 고(故) 임모씨 등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의 유해를 발굴해 유족에게 반환하라고 권고할 방침이다.
진화위가 암매장지로 의심하는 지역은 총 4곳이다. 가장 유력한 건 사형이 집행된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구 공군 2325부대 일대라고 한다. 이밖에 ▶임씨 등 4명 외에 실미도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사살되거나 자폭한 공작원 20명의 유해 발굴지인 경기 고양시 벽제시립묘지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구 공군본부 일대 ▶한 제보자가 암매장지로 주장하는 인천 부평가족공원 등이다.
이 가운데 서울 대방동 구 공군본부 일대의 경우 김중권 전 공군 검찰부장(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0년 8월 2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처음 폭로한 곳이다.
그는 “매장하려면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도 받고 비밀 유지도 시키기 위해 대방동사무소를 2번 정도 왔다 갔다 한 기억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게 클로즈업되면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굉장히 은밀하게 진행했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검찰부장은 당시 이들의 사형 집행을 지휘했던 책임자였다.
국방부는 이미 필요한 행정절차를 검토하는 등 발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화위의 권고 발표가 나는 대로 정확한 암매장 의심 지역에 대한 유해 발굴을 시작할 전망이다.
진화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명확한 말씀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1968년 4월 북파공작을 위해 창설된 실미도 부대원이던 임씨 등 4명은 1971년 8월 23일 인천 실미도 부대를 탈출해 서울로 진입한 공작원 24명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였다. 동료 부대원 20명은 당시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에서 군·경과 교전 끝에 사살당하거나 자폭해 숨졌다.
생존 공작원 4명은 이후 군법회의에 회부돼 초병 1명 살해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1972년 3월 10일 사형당한 뒤 모처에 암매장됐다. 이들이 초병 1명을 살해한 게 맞는지, 맞다면 그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떠나 국가가 비밀 부대원이란 이유로 사형을 집행한 후 시신을 유족에게 넘겨주지 않고 존재 자체를 은폐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당시 정부는 공작원 4명을 구속 수사한 사실, 사형 집행 사실조차 은폐하려 했다가 2000년 전후 관련 소설과 영화 등이 나오고 2006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실미도 부대를 둘러싼 실체의 개요를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김중권 전 검찰부장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임씨 등 4명이 군사법원 2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직후 정부의 조직적인 회유와 협박에 의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고 집행으로 이어진 것이란 비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임씨 등 4명을 상대로 “상고하지 않으면 사형당하는 대신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방식으로 살려주겠다”라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재판이 군사법원에서 일반법원인 대법원으로 넘어가면 사건이 민간에 공개되고 실미도 부대 공작원들이 탈출 직전까지 받은 인권유린 등 국가 폭력의 실체도 드러날 가능성이 컸다.
임씨의 여동생은 이 매체에 “오빠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이고 탈출 과정에서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며 “유해 발굴 권고뿐만 아니라 재수사나 재심 권고까지 나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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