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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진 = YTN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상담 치료를 받으며 그 과정을 기록한 글을 공개해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생님,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퍼졌다.
이 글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 A씨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 환자로 분류된 뒤 치료 과정을 기록한 것. 글로 남겨보라는 상담 치료사의 권유로 쓰게 됐다고 밝혔다.
A씨는 첫 기록에서 주변 도움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압박이 갑자기 심해져 발이 (땅에) 안 닿았던 것도 맞지만, 숨쉬기가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옆 술집 난간에서 끌어주셨고, 술집에서 문을 열어줘 대피해서 잘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어 "10시 40분쯤부터는 '아 살았다. 이제 그럼 술 먹고 놀 수 있는 건가?'라고 생각했던지라 참사 생존자로 분류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자책했다.
"아무래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A씨의 말에 상담사는 "아니다. 가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어디를 가도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지켜주는 게 맞다. 놀다가 참사를 당한 게 아니라 살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기록에서 A씨는 "사고 현장 인근의 술집과 식당 직원들 모두가 구조를 도왔다"며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 상인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욕하는 것을 바라보며 무력감을 느꼈으며 원망스러운 감정이 올라왔다"고 했다.
세 번째 기록에서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죄책감이라기보다는 저 자신이 좀 징그럽다"고 털어놨다.
A씨는 사고 당일 밤 10시40분쯤 주변의 도움으로 구출된 뒤 참사를 인지하기 전까지 친구들이 건네준 술을 마시고 신나게 춤을 췄다고 했다.
그는 "그때는 몰랐다. 신나게 놀던 우리 뒤로 구급요원이 들것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는걸.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지. 죄책감이 아니라 저 자신이 징그러운 인간인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들것에 실려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도 술 많이 먹고 싸움이 났나보다 생각했다. 바닥에 누워있던 여자분이 생각난다. 그분의 친구분이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술 먹고 쓰러진 사람인가 보다 하고 그냥 왔다. CPR 도와달라는 요청에도 너무 무서워서 집으로 도망치는 게 우선이었던 것 같다"며 현장에서 구조를 돕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네 번째, 다섯 번째 기록에서 상담사는 "원래 술 먹고 노는 곳인데 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상담사는 그가 담당하고 있는 다른 환자는 한 시간을 넘게 CPR을 돕다 결국 집으로 가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섯 번째 기록에서 A씨는 같이 살아나온 친구가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이태원에 가지 않은 척 혼자 방에 들어가 울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친구가 제발 전화상담이라도 받아주길 바란다고 썼다.
일곱 번째 기록에서는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이태원역에 추모를 다녀온 이야기를 전했다. 상담사는 "충분한 애도를 못 해서 그럴 수 있다"며 추모를 권했다. A씨는 편지를 써 붙이고 헌화하고 두 번 절을 했다며 마음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현재 A씨는 상담기는 계속 올리고 있다. 상담기를 읽은 누리꾼들은 "읽다가 울었다. 글 써주셔서 정말 고맙고 마음 아프다" "고마운 글이다. 마음 아프지만 꼭 필요한 글인 것 같다" "죄책감 가지지 말고 모두가 잘 회복했으면" "이 글 덕분에 나도 자신을 다시 돌볼 힘이 생겼다" 등 반응을 남겼다.
이태원 참사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은 24시간 운영되는 정신건강 위기 상담 전화 1577-0199에서 상담받을 수 있으며 거주지별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돼 지속적인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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