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감독님에게 힘을 실어드리고 싶었다.”
SSG가 이례적으로 7일 한국시리즈 5차전 시작 2시간을 앞두고 김원형 감독에게 재계약을 통보했다. 김 감독의 거취 관련 루머(김 감독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할 경우 재계약이 불가능하다는 내용)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2023시즌을 지휘할 10개 구단 감독이 ‘확정됐다’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SSG의 한국시리즈 파트너 키움을 이끄는 홍원기 감독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홍 감독도 김 감독, 최근 LG를 떠난 류지현 전 감독과 함께 2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다.
홍 감독도 류 전 감독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코치를 역임한 케이스다. 2021시즌에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두산에 1승1패하며 시즌을 마쳤지만, 부상자 속출, 후반기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관련 페널티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좋은 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작년보다 더 좋지 않은 조건이었다. 박병호(KT)와 조상우(사회복무요원)가 비 시즌에 빠져나갔다. 4월 말에는 박동원(KIA)마저 떠났다. 물론 현금 10억원과 김태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픽(충암고 포수 김동헌)을 받았지만, 빠져나간 전력이 더 큰 건 팩트였다.
그럼에도 키움은 전반기에 2위를 질주했다. 심지어 전반기 막판 (잠시였지만)선두 SSG를 위협하기도 했다. 김재웅이라는 확실한 셋업맨 아니 마무리를 발굴했다. 타선은 작년에 이어 폭넓은 로스터 활용으로 경쟁체제를 극대화했다. 올해 가장 많은 주전라인업, 가장 많은 선수를 1군에서 활용한 팀이 키움이다. 그렇게 주전 1루수와 주전 좌익수, 주전 지명타자 없이 한 시즌을 보냈다.
이정후와 안우진, 두 괴물 에이스의 존재감이 큰 건 맞다. 그러나 두 사람이 144경기를 ‘하드 캐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홍 감독은 적재적소에 과감한 디시전으로 팀에 탄력을 더했다. 김혜성의 2루수 전환은 대성공이었다. 결과론이지만, 3위를 확정하기 위해 시즌 최종전에 안우진을 과감하게 기용한 것도 통했다.
그럼에도 포스트시즌에 나선 5팀 중 객관적 전력은 가장 떨어지는 게 현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준플레이오프서 KT, 플레이오프서 LG를 따돌리고 3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3선발 체제에 에릭 요키시의 ‘불펜 알바’, 최원태의 불펜 기용 모두 성공적이다. (최원태가 7일 한국시리즈 5차전서 무너졌다고 해서 이 디시전이 실패라고 보긴 어렵다). 임지열, 전병우 등 대타 카드도 귀신같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한국시리즈서도 SSG에 2승3패로 대등하게 싸운다. 불펜 투수들이 14경기를 치르고 대기하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타자들도 체력이 떨어질 때가 됐다. 이래저래 한국시리즈 우승의 무게추는 SSG로 기울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종결과에 관계없이 키움, 그리고 홍원기 감독은 가을야구의 당당한 주인공이다. 싱거울 줄 알았던 포스트시즌에 제대로 양념을 치고 맛을 낸 주연이다. 포스트시즌 초반에는 흥행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는 계속 매진 행렬이다.
이런 홍원기 감독을, 키움이 붙잡는 건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홍 감독도 2년차 사령탑인지라 실패한 디시전도 적지 않았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정찬헌과 한현희를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뺀 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성공적인 디시전이 훨씬 많았고, 그 결과들이 모여 지금까지 달려왔다.
다만, 최대주주의 의중이 강하게 스며드는 키움의 특성상 홍 감독의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는 게 아이러니컬하다. 3년 전 KIA 장정석 단장은 키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으나 계약만료와 함께 재계약 선물을 받지 못했다. 사실상 경질 갈은 느낌이었다. 한화 손혁 단장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2020시즌 막판 하차한 건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상식적으로 홍 감독은 기대이상의 2년(특히 올 시즌)을 보냈다. 8일 6차전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확정되더라도 재계약을 맺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계약규모도 2년 6억원 수준에서 올라가는 게 마침맞다.
[키움 홍원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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