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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들어줘야죠.”
키움 고형욱 단장은 웃으며 “졸지에 해외에 가버린 사람이 됐다”라고 했다. 이정후가 지난주 시상식 직후 단장이 해외출장 중이니, 돌아오면 해외진출에 대해 얘기를 해보겠다고 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고 단장은 시상식에 가지 않은 대신, 2023시즌 구상에 여념이 없다.
고 단장은 “정후가 생각해 놓은 게 있겠죠”라면서 웃으며 “당연히 얘기 들어줘야죠”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고 단장과 이정후, 이정후 에이전트가 해외진출 관련 얘기를 나눌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구단의 미래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다.
이정후는 올 시즌에 풀타임 6년차를 소화했다. 2023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가는 길이 열린다. 2024시즌이 끝나면 고졸 풀타임 8년에 의해 FA 자격을 얻는다. 이정후의 꿈은 1년이라도 빨리 메이저리그에 가는 것이다. 아버지처럼 일본 진출은 선택지에서 지운 상태다.
이정후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2023시즌 후 FA로 메이저리그를 노크하는 것이다. 고 단장은 “정후가 내년 WBC와 아시안게임서 모두 우승하면 FA가 가능하다”라고 했다. 이미 국가대표팀 참가 일수에 따라 세이브 해놓은 날짜가 있다.
이정후로선 FA로 메이저리그를 가야 훗날 KBO리그로 돌아올 경우 선택지가 늘어난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가면 보류권은 키움이 가진 채 임의탈퇴 처리된다. 돌아올 경우 무조건 키움에 입단해야 한다.
키움으로선 당연히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이정후를 메이저리그에 보내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포스팅 비용을 챙기는 게 상당한 매력이다. 이미 키움은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을 통해 포스팅 비용을 챙긴 전례가 있다. 전통적으로 소속 선수의 해외 진출에 관대했다. 키움도 이정후의 해외진출 자체를 막을 생각은 전혀 없다.
현실적으로 이정후가 2023시즌 후 FA 자격을 얻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때문에 2023-2024 오프시즌에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로 가는 방법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이정후도 키움에 대한 애정, 충성심이 남다른 선수다. 무조건 FA 자격을 얻어서 메이저리그에 가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읽힌다.
키움은 19일 FA 원종현을 4년 25억원에 영입, 11년만에 외부 FA 영입에 성공했다. 고 단장은 “우리도 목표로 하는 게 있다. 더 높은 곳으로”라고 했다. 2008년 창단 후 이루지 못한 숙원과도 같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다. 적기는 이정후의 KBO리그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를 2023년이다.
이정후가 2023시즌에 박병호와 김하성도 이루지 못한 영웅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면, 키움도 이정후도 영웅들도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키움은 FA 쇼핑을 더 해야 한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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