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거리감'이 느껴진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열기가 전 세계적으로 뜨거워지고, 이제 한국 대표팀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지만 유독 한국과 월드컵의 거리는 멀게만 느껴진다. 왜일까.
한국은 24일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H조 1차전을 치른다. 거의 대부분의 외신과 전문가들은 우루과이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이변이, 기적이 필요한 경기다. 이변과 기적은 정말 간절할 때 찾아오는 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과 함께 그들에게 힘을 더해줄 축구팬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팬들의 지지는 그 어떤 것보다 강한 힘을 낸다. 한국 축구팬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응원해도 모자란 상황이다.
그런데 축구팬들의 마음이 둘로 찢어져 있다. 그들 사이에 '거리 응원'이라는 민감한 이슈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날이면 언제나 함께했던 거리 응원이었다. 거리 응원은 하나의 축구 문화로 진화했다. 수백만명이 운집한 2002 한일 월드컵 거리 응원은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4강 신화만큼이나 한국 축구의 자랑거리였다.
지금 상황은 다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거리 응원은 '뜨거운 감자'다. 모두가 알다시피 최근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태원 참사 때문이다.
이 가슴 아픈 사건을 가운데 놓고 축구팬들은 둘로 갈라졌다.
한쪽은 사태가 벌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대규모 인원이 야외에 운집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시기 상 지금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쪽은 영화와 콘서트 및 스포츠 경기는 다 진행이 되고 있고, 출근길 지옥철 역시 다니고 있는데 거리 응원만 막는 것이 부당하다는 논리다. 참여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라며 통제를 잘하고, 질서가 지켜지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거리 응원과 관련한 설왕설래가 오가는 과정은 감정싸움으로 변질했고,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서로를 비난하는 단계까지 왔다. 22일 광화문 광장 거리 응원을 서울시가 승인했다. 거리 응원이 확정된 것이다. 양쪽의 감정은 더욱 격해지고 있다. 결론이 날 때까지 이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 맞을까. 누구의 의견을 따라줘야 할까. 정답은 처음부터 없었다.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 하니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꼭 정답을 찾아야 한다면 둘 다 정답이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대규모 운집에 대한 트라우마로 선뜻 밖으로 나서기 어려워 차분하게 집에서 보는 월드컵. 무엇이 문제인가. 좁은 골목이 아니라 넓은 광장에 주최자가 명확하고 안전관리 요원이 통제를 하는 거리 응원. 이것 또한 무슨 문제가 있나.
그렇다면 결론은 나왔다. 거리 응원을 반대하는 이들은 거리에 나가지 않으면 된다. 거리 응원을 찬성하는 이들은 거리로 나가면 된다.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맡기면 되는 일이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으면 된다. 즉 이것은 개인 선택의 문제지 조직적으로 대립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정싸움은 더더욱 의미가 없다.
단 지켜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 거리로 나가려는 이와 나가지 않으려는 이들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다. 절대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애써 설득할 필요도 없다. 월드컵을 즐기는 서로의 방식을 존중만 해준다면 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둘.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거리로 나가려는 자들이 애도의 크기가 작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거리에 나가고도 다른 방법으로 애도할 수 있다. 추모의 방식에도 정답은 없다. 추모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물론 거리에 나가지 않고도 진심을 담아 한국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우루과이전이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자유에 몸을 맡길 시간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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