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신태용 감독이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을 돌아보며 가슴 아팠던 기억을 꺼냈다.
신태용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축구 채널 ‘이스타 TV’에 출연해 5년 전 열린 러시아 월드컵을 회상했다. 신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에서 스웨덴(0-1 패), 멕시코(1-2 패), 독일(2-0 승)을 차례로 만나 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신 감독은 “월드컵 때 (장)현수가 상당히 힘들어했다. 멕시코전에서 현수가 태클하다가 핸드볼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PK) 실점을 허용했다. 독일전 하기 전에 현수가 내 방을 찾아와서 면담을 요청했다. 현수는 ‘독일전에 안 뛰고 싶다’고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장현수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확고한 주전 멤버 중 하나였다. 중앙 수비수는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신태용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이전 감독 울리 슈틸리케 역시 장현수 위주로 수비 전술을 짰다.
신태용 감독의 말에 따르면 장현수는 신 감독에게 “너무 힘들다. 제가 팀에 해를 입히는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자 신 감독은 “부상 당한 (기)성용이도 못 뛰어. 너도 못 뛰어. 그럼 누가 뛰어? 뛸 사람이 없어”라고 하소연했다. 장현수는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답했다.
그다음 날이 되자 신 감독은 장현수에게 “어떻게 할 거니?”라고 물었다. 그래도 장현수는 “저는 독일전에 안 뛰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에 신 감독은 “현수야, 나도 한국 돌아가면 감독 그만둘 거야. 그러니까 너도 그만둬. 우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유종의 미는 거둬야 한다. 경기장에서 나올 때 후회가 있으면 평생 미련이 남을 거 같다”고 하며 장현수를 설득했다.
결국 장현수는 3차전에 선발 출전해 당시 세계 랭킹 1위 독일 상대로 무실점 승리를 거두는 데 큰 힘을 실었다. 그렇게 '카잔의 기적'을 마치고 눈물을 쏟았다. 신 감독의 말대로 유종의 미를 거둔 셈이다.
계속해서 신 감독은 입담을 자랑했다. 그는 “후반 막판에 노이어가 그렇게 나와서 설칠 줄 몰랐다. 하프라인만 넘어온 게 아니라 우리 진영까지 들어와서 설쳤다. 자기가 플레이를 하더라. 돌았나 이게... 독일이 우리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그때 (손)흥민이가 골을 넣어서 2-0이 됐다. 갑자기 16강 욕심이 나더라. 벤치에다가 ‘저쪽(멕시코-스웨덴 경기) 어떻게 됐어?’라고 묻자 3-0이라고 했다. 당연히 멕시코가 이긴 줄 알고 좋아했는데 스웨덴이 3-0으로 이겨서 우리가 탈락했다. 한 방에 힘이 빠졌다”라고 5년 전을 돌아봤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게티이미지코리아]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