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김진성 기자] “고참이 해야 할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LG 이호준 타격코치는 SSG 김강민과 친분이 두텁다. SK 왕조의 핵심들이었다. 이호준 코치는 최고참으로, 김강민은 영건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김강민은 당시 이호준, 박재홍, 김재현 등 고참들의 울타리 속에서 자신의 야구를 마음껏 펼쳤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호준은 2013년에 NC로 이적, 2017년까지 선수생활을 한 뒤 지도자 입문도 NC에서 했다. 타격코치로 꾸준히 경험을 쌓았고, NC의 2020년 통합우승에 이바지했다. 확고한 타격이론을 바탕으로 타자 육성을 잘 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능력을 인정받고 2022년부터 LG에서 1군 메인 타격코치로 일하고 있다.
이호준 코치는 요즘 LG의 스프링캠프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타디움에서 매일 타자 1명씩 불러 특별타격훈련을 지도한다. 모창민 코치까지 2대1로 붙어 스윙 궤적과 타자로서의 방향성 정립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이다. 물론 이런저런 사적인 얘기도 섞는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문보경과 타격훈련을 할 때였다. 이 코치는 문보경의 작년 플레이오프 3차전 결정적 번트 실패를 두고 “꼴보기 싫었다”고 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LG의 아쉬웠던 포스트시즌 마무리에 대한 얘기, 나아가 포스트시즌 승자 SSG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구단 명은 바뀌었지만, SSG는 이 코치의 친정이다. 이 코치는 대뜸 “큰 경기는 고참이 해줘야 한다. 고참들은 젊은 선수들을 뒷받침하다가, 결정적일 때 하나만 해주면 된다. 김강민이 그걸 잘 하더라. 고참이 해야 할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라고 했다.
이 코치는 비활동기간에 김강민과 제주도에서 2박3일간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얼굴 한번 보자고 했는데 제주도에서 2박3일 내내 같이 있었다. 강민이와 얘기를 많이 했다”라고 했다. 이 코치는 후배의 고참다운 모습에 흐뭇하면서도, LG 역시 가을야구의 숙원을 위해 고참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강민은 2022시즌 내내 최지훈의 백업으로 뛰었다. 한국시리즈서는 1차전과 5차전에 결정적 홈런을 터트렸다. 특히 5차전 2-4로 뒤진 9회말 무사 1,3루서 터트린 대타 끝내기 좌월 스리런포는 한국시리즈의 전체 흐름을 SSG로 가져온, 결정적 한 방이었다. 그 한 방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이 코치는 김강민이 그런 극적인 순간을 만들기 위해 덕아웃 뒤에서 계속 몸을 풀고 투수 분석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법이고, 팀의 좋은 문화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
SSG는 올해 통합 2연패에 도전한다. 김강민은 추신수와 함께 여전히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의 기둥 노릇을 한다. LG는 그런 SSG의 연속우승을 저지할 수 있는 유력 후보 중 하나다. 이 코치의 말대로 LG 역시 고참들이 중요한 순간마다 중심을 확실하게 잡으면 가을에 웃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강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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