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오키나와(일본) 박승환 기자] "나이스 피칭!(Nice Pitching)"
정태승 코치는 아마추어 시절이던 2006년 유신고등학교의 황금사자기 준우승에 큰 힘을 보태는 등 '에이스'로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해 신인드래프트에서 KBO리그 구단들이 정태승 코치에게 손을 내밀지 않으면서, 프로 입단이 좌절됐다.
이후 정태승 코치는 성균관대학교로 진학했고, 2010년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며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그러나 2011년 왼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2012년 '육성선수'로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큰 부상을 당한 뒤 기량은 예전만 못했다. 정태승 코치는 입단 첫해부터 2014년까지 퓨처스리그에서 4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물렀고, 1군 무대를 밟았던 2013시즌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71로 부진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후 2018시즌에도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5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는 어떻게든 정태승 코치가 갖춘 재능을 살려보기 위해 호주 질롱코리아로 파견을 결정했다. 정태승 코치는 2019-2020 호주프로야구(ABL)에서 20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22로 활약했고, 호주에서 진행된 롯데의 스프링캠프에서는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세를 탄 정태승 코치는 2020시즌 퓨처스리그에서 35경기에 등판해 1패 1홀드 7세이브 평균자책점 1.69로 프로 입단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으나, 1군에서 1경기 평균자책점 21.60으로 끝내 꽃을 피우지 못했고, 2021시즌을 끝으로 은퇴, 롯데의 재활군 투수코치를 맡게 됐다.
하지만 정태승 코치는 최근 다시 한번 공을 잡았다. 2022시즌이 끝난 뒤 롯데의 1군 투수코치를 맡게 된 배영수 코치가 정태승 코치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용기를 불어넣었고, 정태승 코치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정태승 코치는 올해 코치 역할은 물론 선수로도 뛰는 '플레잉코치' 역할을 맡게 됐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강리호(개명전 강윤구)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시장에 나가게 되면서, 좌완 자원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좌완투수가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에 정태승 코치에게 선수 겸직을 제안한 것은 아닌 모양새다.
정태승 코치는 1차 괌, 2차 일본 이시가키 스프링캠프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래리 서튼 감독은 정태승 코치가 마운드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상 등을 통해 정태승 코치가 몸을 만들고 어떠한 투구를 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지켜봤고, 3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로 그를 불렀다.
27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 도착한 직후 서튼 감독은 한국에서 합류하게 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정태승 코치를 향해 "나이스 피칭!(Nice Pitching)"이라고 외치며 그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이내 영상을 통해 투구를 지켜봤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정태승 코치는 그동안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 개인적인 자투리 시간을 통해 투구 연습을 이어오는 등 본분을 잊지 않는 선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2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플레잉코치로서 첫 등판을 가질 예정. 정태승 코치가 뒤늦은 나이에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 정태승 플레잉코치.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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