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예능
흉기에 찔려 숨진 걸로 보였던 백 경사. 동료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도 이 경사가 정신을 놓을 수 없었던 건, 백 경사가 허리벨트에 소지하고 있던 권총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상황전파를 통해 급히 수사본부가 꾸려졌고, 총기를 이용한 2차 범죄의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수사 인력이 최대 규모로 투입됐다. 대담하게 파출소에 침입해 무장한 현직 경찰관을 단번에 살해하고, 권총을 탈취해 별다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범인은 대체 누구일까.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탈취된 총도, 흉기로 사용된 칼도 발견되지 않았고, 그렇게 ‘전주 백 경사 피살사건’은 21년째 미제로 남게 되었다.
"이승만은 이번에 이정학에게 배신당했다는 식으로 재판 진술할 때도 그렇게 얘기를 했고..."
- 이정학 측근 -
2001년 대전 은행 강도사건 진범인 이승만과 이정학은 범행을 부인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은행 강도사건 당시 이승만은 이정학이, 이정학은 이승만이 총을 썼다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승만의 제보로 전주 백 경사 피살사건의 진실공방도 다시금 일게 됐다. 백 경사를 살해한 ‘칼잡이’이자 권총을 탈취한 ‘총잡이’는 정말 이정학일까 아니면 이승만일까? 아니면 둘 다 백 경사 피살사건에 가담한 공동정범일까?
"내가 수사했던 당시 용의자들하고 이렇게 이승만과 이정학이 연결돼 있는 것 같습니다."
- 당시 수사 경찰1 -
"우리 생각에 지금도 그래요. 3인조 중 하나가 총을 다른 쪽에다 옮겼지 않나."
- 당시 수사 경찰2 -
그런데 백 경사 피살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당시 20대였던 3인조를 지금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사건 발생 4개월 전,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가 백 경사의 단속에 걸려 오토바이를 압수당한 20대 가출팸 3인조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3인조는 당시 파출소에 있던 오토바이를 몰래 가져가려다 백 경사와 다툼이 있었고, 우발적으로 백 경사를 살해했다며 자백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이 범행도구인 칼과 탈취된 총을 끝내 찾지 못하자 자백을 번복했고, 그들은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21년 만에 총기가 울산에서 발견됐지만, 당시 수사관들은 3인조가 탈취한 총을 ‘대전 은행 강도사건’ 2인조와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작진은 당시 용의자로 거론된 3인조를 찾아 나섰고, 어렵게 만난 그들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4월 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금암2파출소 현장을 그대로 재연한 세트에서 전문가와 함께 백 경사 피살사건의 미스터리를 프로파일링 해본다. 또 현장사진과 남겨진 단서들, 취재를 통한 주변인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범인의 윤곽을 구체화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된 가출팸 3인조와 ‘대전 은행 강도사건’ 이승만, 이정학 2인조의 진술 분석을 통해 사건의 진실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 본다.
[사진 = SBS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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