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두 해녀의 아름다운 제주바다 사랑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담아
[곽명동의 시네톡]
“호오이, 호오이.” 숨비소리(해녀가 잠수했다가 물에 떠오를 때 숨을 내뱉는 소리)는 해녀가 살아있다는 신호다. 바다는 절대로 인간의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바닷속에서 욕심을 부렸다간 숨을 먹게 된다. 이것이 ‘물숨’이다. 물속에서 숨을 먹으면 죽는다. 해녀들은 자기 숨만큼 머물면서 바다가 주는만큼만 가져온다. 현순직(98) 해녀는 87년의 긴 시간동안 숨비소리를 내다가 얼마전에 은퇴했다. 그는 바다가 허락한만큼의 숨을 받아들이며 평생을 제주바다와 함께 살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한없는 그리움을 안고 바람을 맞으며 바라볼 뿐이다.
고희영 감독의 ‘물꽃의 전설’은 최고령 상군 현순직 해녀와 30대의 막내 채지애 해녀가 제주 바닷속 비밀의 화원에 핀 ‘물꽃’을 다시 보기 위해 바다로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가 시작하면 “용왕님이 알아, 용왕님. 용왕님 하는거지”라는 현순직 해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구름에 가렸다가 다시 나오는 달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바다의 여신(용왕님)과 달, 그리고 살아있는 해녀의 전설 현순직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선언하고 시작한다. 그리고 두 해녀는 빨갛고 푸르스름한 물꽃이 나무같이 뻗으며 올라오는 ‘들물여’를 찾는 여정에 나선다.
제주해녀는 바다에 용왕할머니가 살고 있고, 봄이면 영등할머니가 찾아와 바다에 해산물의 씨를 뿌려준다고 믿는다. 그 믿음은 절대적이고, 신화적이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의 통로는 달이 일러준다. 해녀는 물때를 알아내기 위해 ‘달의 시간’에 맞춰 산다. 고희영 감독은 2년을 기다린 끝에 현순직 해녀와 바다와 달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장면을 촬영했다. 긴 기다림 끝에 얻은 풍광은 ‘신화와 전설’이 만나는 순간이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제주바다를 현순직 해녀는 하염없이 바라본다.
청정해역이었던 제주바다는 지구 온난화와 공장 폐수 등의 영향으로 오염됐다. 고희영 감독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촬영한 바다는 점점 황폐화가 진행중이다. 깨끗한 바다는 혼탁해졌고, 해녀의 수도 줄어 들고 있으며, 물꽃도 과거의 아름다움을 잃어갔다. 이 영화의 마디마디마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배어있다. 노혜경 시인은 ‘바다라 부르는 이유’라는 제목의 시에서 “마음을 펼치면 그립고 마음을 접으면 아프다”고 노래했다. 오늘도 현순직 해녀는 그립고 아픈 마음으로 바다에 나가 파도와 바람을 맞는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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