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편하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서건창(35, KIA 타이거즈)에게선 편안한 표정이 읽혔다. 최근 수년간 야구가 잘 풀리지 않았다. 초조하거나 어두운 낯빛이 보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서건창은 위와 같이 말했다.
부진을 만회하려고 악을 쓰며 야구하지 않았다. 훈련을 게을리하거나 등한시한 건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남들보다 굳이 더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대신 최형우, 김선빈, 나성범 등 기존 베테랑들과 함께 밀도 높게 훈련을 진행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맹활약했다. 3경기서 9타수 5안타로 표본은 적었다. 그러나 타구의 질이 예전 전성기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좌측, 중앙, 우측으로 고루 타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코스에 효율적으로 대응했다는 얘기다. 본인도 “긍정적이다”라고 했다.
시범경기서는 10경기서 20타수 4안타 타율 0.200 1홈런 4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눈에 띄지 않았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KIA가 치른 10경기에 전부 나갔다. 이범호 감독은 10경기 중 9경기서 서건창을 교체 출전시켰다. 주로 주전 2루수 김선빈의 백업이었다. 서건창은 1경기에는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1루수비도 잠시 맡았다.
이범호 감독은 정규시즌과 철저히 비슷한 환경을 조성, 익숙해지도록 배려했다. 서건창이 올 시즌 맡아야 할 롤이 2루수 김선빈의 백업이다. 2014년 201안타 MVP 등 과거 화려한 명성은 잊고 철저히 백업으로서 생존력을 발휘했다.
백업이지만 10경기에 모두 나간 건, 그만큼 이범호 감독이 서건창을 중요한 자원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루와 1루 백업이라고 생각하면 활용폭이 좁아 보이지만, 좋은 대타감이라고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어쨌든 서건창은 통산 1256경기서 타율 0.297을 때린 타자다. LG 트윈스 시절 지독한 부진으로 통산타율 3할이 무너졌지만 여전히 3할에 근접한 타자다. 단타 위주의 정확한 타격을 추구하지만, 발이 빨라 2루타 생산력이 아주 떨어지는 편도 아니다.
고종욱과 함께 찬스에서 클러치 능력을 얼마든지 기대할 수 있는 카드다. 또한, 김선빈도 근래 잔부상이 적지 않아 체력안배 차원에서 서건창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 포지션은 윤도현, 박민 등이 경합해야 하지만, 이들은 아직 1군 풀타임 경력이 없다.
KIA는 개막과 함께 나성범 공백을 느낄 수 있다. 뎁스가 좋은 KIA 야수진이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서건창도 적시에 활용 가능한 좋은 플랜B다. 서건창도 KIA도 지금의 위기가 기회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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