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핑계밖에 안 된다. 대비를 안 한 건 미스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이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질책했다. 2년차를 맞이한 외국인타자 로니 도슨(29)의 중견수 수비가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도슨은 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서 1회와 5회에 두 차례나 ‘만세 수비’를 했다.
외야수에게 ‘만세’는 최악의 상황을 의미한다. 글러브를 들어올렸는데 타구를 잡지 못했다는 얘기다. 낙구지점을 놓쳤거나, 놓치지 않았더라도 포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미. 4회에는 ‘아이스크림 콘’캐치를 한 걸 감안하면, ‘만세 삼창’을 할 뻔했다.
1회 선두타자 박찬호의 타구가 도슨의 정면으로 향했으나 놓쳤다. 이 수비 하나로 KIA의 5득점, 빅이닝이 시작됐다. 4회 2사 1,2루서는 이우성의 타구를 비슷한 상황서 놓칠 뻔하다 처리했다. 타구가 도슨의 글러브 끝에 걸렸다. 글러브 위치에 1~2cm 오차가 있었어도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이후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 김태군의 타구를 우중간으로 약간 이동해 처리하다 또 다시 놓쳤다. 이때는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은 게 키움으로선 천만다행이었다. 기록된 실책은 없었으나 도슨의 수비는 불안했다. 낮경기라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긴 했지만, 이는 외야수에겐 흔한 일이다.
도슨은 지난 시즌에는 주로 코너 외야를 봤다. 그러나 주전 중견수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자연스럽게 ‘제2의 이정후’ 이주형에게 기회가 왔다. 그러나 이주형이 허벅지 부상 재발로 개막엔트리에 들어오지 못했다.
홍원기 감독은 플랜B로 도슨을 중견수로 기용했으나 불안한 모습을 확인하자 24일 광주 KIA전에 박수종을 1군에 콜업, 곧바로 주전 중견수로 내보내면서 8번 타순에 배치했다. 도슨은 지명타자로 이동. 비록 비로 경기가 열리지 않았으나 홍원기 감독이 도슨의 수비에 얼마나 실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도슨이 다시 중견수를 맡을지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도슨은 타격으로 이바지해야 한다. 컨택 능력은 작년에 검증됐다. 57경기서 229타수 77안타 타율 0.336이면 의미가 있다. 단, 수비가 불안하면 지명타자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고, 국내 외야수들의 활용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도슨이 어떻게든 수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홍원기 감독은 “1회 수비가 경기의 향방을 좌우했다. 도슨의 경우 핑계 밖에 안 된다. 광주에서 처음으로 낮경기를 한다고 해도 경기 전에 숙지를 시켰다. 그것에 대해 대비를 안 했다는 건 현장의 미스”라고 했다.
수비코치 출신 홍원기 감독은 외야수의 해를 본 상황서 뜬공 처리법에 대해 디테일하게 설명했다. “손이나 모자, 글러브로 가리는 (가리면서 타구를 따라가는)방법이 있다. 본인에게 제일 잘 맞는 방법으로 하면 된다”라고 했다.
온화한 리더십의 홍원기 감독은 간혹 선수들을 질책할 때 아주 매섭다. 기본적으로 덕장이며, 믿음의 야구를 하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기본에서 벗어난 선수에겐 가차 없다. 홍원기 감독의 공개적인 질책은 결국 도슨의 분발을 유도하는 의도다. 시즌은 이제 1경기 끝났다. 도슨이 개막전을 거울 삼아 143경기서 맹활약하면 홍원기 감독의 이날 질책은 대성공이다. 그만큼 올 시즌 키움 전력에서 굉장히 중요한 선수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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