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제 생각이 바뀌었고,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삼성 라이온즈 황태자 원태인(24)이 남몰래 속앓이를 한 사연을 밝혔다.
원태인은 지난 22일 개막 미디어데이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기사가 나온 뒤 '원태인이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것이다'는 방향으로 흘렀다.
삼성과 삼성 팬들에겐 마냥 좋지 소식은 아니다.
원태인은 삼성의 토종 에이스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원태인은 데뷔 시즌부터 112이닝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2021년(14승)과 2022년(10승)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도 올렸다. 통산 5시즌 동안 132경기 726이닝 41승 40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2를 올렸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 금메달을 땄고,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도 출전했다. 최근에는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에도 팀 코리아 소속으로 나섰다.
원태인은 "제 생각이 바뀌었고,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무조건 내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고 됐다"고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면서 "남들이 보면 얼마나 같잖겠나. 매니 마차도 삼진 한 번 잡았다고 미국 간다고 하냐면서 말이다. 미국은 아예 생각이 없었는데 혹시나 똑같은 조건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됐을 때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에게 서울시리즈는 큰 자산이 됐다.
그는 "자신감도 그렇고 시야도 그렇고 야구를 생각하는 것 등 다 많이 바뀌었다. 내 야구 인생에 있어서 큰 2경기였다"고 돌아봤다.
마차도를 삼진 잡았을 때의 상황에 대해 "2볼에서 직구를 던지면 맞을 것 같았다.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헛스윙이 됐다. 이어 직구가 파울이 됐다. 마지막에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내가 생각한 대로 스피드, 궤적, 로케이션이 정확하게 그대로 들어갔다"고 웃은 뒤 "내가 그리는 대로 된 것 같아 너무 신기했다. 내가 원하던 코스 등이 다 맞아 떨어져 삼진을 잡아서 기분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서울시리즈를 소화한 뒤 너무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원태인은 "메이저리그 투수 중에서도 90마일 초반 투수도 있고, 100마일 투수도 있는데 우리 타자들이 100마일 투수라고 해서 못치겠다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오히려 90마일 초반인데도 '진짜 못치겠다. 변화구가 너무 좋다'고 하더라.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나도 좀 더 갈고 닦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느린 체인지업은 미국에 없으니 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가겠다가 아니라 큰 꿈을 꾸게 됐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생긴 셈이다.
원태인은 "일본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내가 일본에 가서 무조건 통한다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간다고 해서 통하지 않는 다는 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원태인의 이야기를 들은 삼성의 반응은 어땠을까. 원태인은 "단장님께서 우승하고 가라고 하셨다. 우승할 때까지는 못 갈것 같다"며 웃었다.
잠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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