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부럽습니다, '모두가' 원하는 오직 1명의 대표팀 감독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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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독일 축구가 위기다. 

독일은 세계 최강의 축구 대표팀을 가진 국가다. 월드컵 우승 4회를 차지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가진 국가다. 

물론 세계 최강의 국가 중 하나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독일 축구라고 해서 매번, 항상 최강은 아니었다. 주기가 있었다. 1950년대, 1970년대, 1990년대, 그리고 2010년대까지. 모든 대표팀이 그렇듯 영광과 위기가 반복됐다. 아마도 지금이 독일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위기인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독일 축구의 전성기를 이끈 요하임 뢰브 감독이 물러난 후 독일은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달리던 절대 강호 독일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을 안겼다. 뢰브 감독은 물어났다. 그리고 2021년 한지 플릭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그 추락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독일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독일이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2개 대회 연속 조별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플릭 감독은 살아남았다. 다가오는 유로 2024 때문이었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플릭 감독을 신뢰하기로 했다. 

하지만 플릭 감독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일본과 친선전에서 1-4 참패를 당한 것이다. 플릭 감독은 경질됐다. 독일 축구 역사상 감독을 경질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충격에 빠진 독일은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을 선임하며 유로 2024에 출전한다. 그가 위기의 독일 축구를 얼마나 살려낼 지 지켜볼 일이다. 

나겔스만 감독. 물론 훌륭한 감독이다. 유럽에서 검증된 감독이다. 하지만 독일이 진정 원하는 감독은 아니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감독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충격적 경질을 당한 후, 여러 클럽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결국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독일의 모두가 원하는 감독은 분명 아니었다. 

사실, 뢰브 감독이 물러날 때 독일은 한 명의 감독을 바라봤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했을 때도 플릭 감독을 경질하고 그 감독을 선임하라는 목소리가 컸다. 플릭 감독이 경질될 당시에도 같은 이름이 나왔다. 유로 2024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독일의 모두가 원하는 오직 1명의 감독, 바로 위르겐 클롭 감독이다. 

독일 출신으로, 독일 출신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마인츠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해, 도르트문트에서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두렵게 만들었고, 리버풀에서 황금기를 이끌었다. 리버풀 평생의 한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컵을 선물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컵은 덤이었다. 이견이 없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명장 중 하나다. 

독일 대표팀은 꾸준히 클롭 감독을 원했다. 독일축구협회 수뇌부를 비롯해 독일의 언론, 전문가, 팬들이 모두 클롭 감독이 위기의 독일 대표팀을 다시 부활시켜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클롭 감독의 충성심, 리버풀을 향한 충성심 때문이었다. 

클롭 감독은 독일 대표팀에 연결될 때마다 매번 이렇게 말했다.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직업은 큰 영광이다. 당연히 큰 영광이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이라는 것을 가로 막는 문제가 나에게 있다. 문제는 나의 리버풀에 대한 충성심이다. 지금 내가 리버풀을 떠나 독일 대표팀으로 간다고 말할 수 없다. 독일 대표팀으로 간다고 해도 내가 짧은 시간 동안 팀을 장악할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없다. 내가 지금 독일 대표팀으로 가는 건 효과가 없다. 만약 내가 어떤 시점에서 대표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을 때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는 리버풀에 대한 책임이 있다."

리버풀에 대한 충성심. 클롭 감독을 더욱 빛나게 하는,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부분이다. 그런데 클롭 감독이 리버풀을 떠난다. 올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과 이별이 확정됐다. 이유는 '번아웃'이다. 클롭 감독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리버풀에 대한 충성심이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자 다시 독일 대표팀 감독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미러'는 "클롭이 독일 대표팀을 맡을 최고의 후보다. 시기는 유로 2024가 끝난 후다. 나겔스만은 유로 2024까지만 계약이 돼 있다. 독일축구협회 수뇌부들이 클롭의 선임을 원하고 있다. 나겔스만 역시 유로 2024가 끝난 후 클럽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클롭의 커리어가 대표팀으로 전환할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된다"고 보도했다. 

돌고 돌아 또 클롭 감독이다. 독일 축구가, 독일 대표팀이 클롭 감독을 얼마나 원하는지, 어떤 진심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존경하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국가에는 모두가 원하는 오직 1명의 대표팀 감독을 쉽게 볼 수 없다. 그것도 세계 최강의 팀에서 말이다. 

대부분 여러 후보가 있고, 장단점을 저울질 한 뒤 선임하는 게 일반적이다. 단적으로 축구의 나라 브라질은 최근 감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 선임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누가 더 나은지에 대한 분열을 막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독일은 다르다. 세계 최고의 명장을 배출한 국가만이 가질 수 있는 특혜다. 많은 국가들이 부러워하고 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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