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30-30까지 가는 길은 홀가분하게 갈 것 같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은 지난 23일 한화 이글스와 맞대결에서 '코리안몬스터' 류현진을 상대로 시즌 20번째 아치를 쏘아 올리며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3월 6경기에서 단 한 개의 홈런과 도루도 기록하지 못했던 김도영은 4월에만 무려 10홈런-14도루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KBO리그가 출범한 이래 '최초'의 기록을 만들어내더니, 전반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역대 5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무수히 많은 기록으로 연결됐다.
전반기가 끝나지 않은 가운데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것은 KBO 역대 다섯 번째에 해당되는 기록이었고, KIA 선수로는 최초였다. 그리고 KBO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20-20클럽에 가입했다. 25일 경기 개시 전을 기준으로 김도영은 20홈런 23도루를 기록하는 중. 김도영은 남은 85경기에서 10홈런과7개의 도루만 보태면 2015년 42홈런-40도루를 기록했던 에릭 테임즈(前 NC 다이노스)이어 9년, 토종 선수로는 2000년 박재홍(前 현대 유니콘스)에 이어 24년 만에 30-30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전반기 20홈런-20도루를 가입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지만, 김도영은 현재 KBO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현재 득점(73점)과 루타(182루타)에서는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고, 홈런 공동 2위(20홈런), 장타율(0.605)과 OPS(1.008)에서 각각 2위, 최다안타(102개) 3위, 3루타(4개) 3위 등 각종 지표를 휩쓸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30-30클럽 가입은 물론, 내친김에 40-40클럽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다. 그리고 조금 이른 시점이지만 정규시즌 MVP까지도 욕심을 내볼 수 있다.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뒤 올해 드디어 잠재력이 대폭발하고 있는 김도영을 바라보는 사령탑의 마음은 어떨까. '20-20클럽에 가입했는데 김도영에 대한 칭찬 한 번 해달라'는 말에 이범호 감독은 "이제는 상위 레벨로 가는 선수다. 나보다도 많은 분들께서 이미 모두 칭찬을 해줬다"며 "이제 남은 것은 부상과의 싸움이다. 나와 코칭스태프가 (김)도영의 컨디션 체크를 해줘야 할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꽃감독의 말대로 김도영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부상이다. 지난해에도 훌륭한 페이스로 달려가고 있던 김도영은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8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가 부상을 당하지 않아야 시즌을 완주할 수 있고, 좋은 컨디션으로 이만큼 달려왔기 때문에 우리도 보호를 해야 한다. 다만 아직 젊은 선수가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려고 하는데, (최)형우나 (나)성범이, 소크라테스가 워낙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부담을 서로 나누는게 도영이에게도 좋을 것 같다. 부상을 당하지 않게 최대한 관리를 해줄 것이다. 그런데 워낙 잘하다 보니 참 어렵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의 몸 관리에 각별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는 모양새였다. 정규시즌엔 KIA의 소속이지만, 국제대회가 열렸을 때 김도영은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까닭이다. KIA를 넘어 대한민국 야구계의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사령탑은 "지금 김도영이 다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키우는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도 노력을 하면서 좋은 선수로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동주(한화 이글스)와 함께 신인드래프트 전부터 너무나 많은 주목을 받았던 김도영. 이 때문에 부진할 때면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시행착오들이 지금의 성적을 거두는데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는게 이범호 감독의 설명이다. 꽃감독은 "신인 때 힘들었던 고비들이 지금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신인 때 어려움이 없었다면 올 시즌, 이 정도의 성적은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데뷔 1~2년차에 고생했던 것들이 지금부터 잘 나오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물론 뛰어난 재능을 갖춘 것도 맞지만, 팀 내 선배들에게서 배우면서 성장한 부분도 적지 않다. 사령탑은 "우리팀에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가 굉장히 많다. 지금도 경기를 빠지려고 하는 선수들이 잘 없다. 상대 투수가 에이스가 나오면 쉬어가려고 하는 성향의 선수가 있다면, 우리팀에는 모든 경기를 출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선수들이 많다. (김)도영이 입장에서도 '형들 다 나가는데, 나도 안 나갈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심어지고, 도영이가 좋은 성적을 내면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20-20클럽에 가입한 만큼 시즌이 끝났을 때 충분히 30-30클럽 가입이 가능할 것이라는게 사령탑의 시선이다. 그는 "20-20을 했기 때문에 30-30까지 가는 길은 홀가분하게 갈 것 같다. 도영이도 근래에는 힘들어서 도루를 아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세 경기에 도루 1개, 홈런도 일주일에 한 개 정도씩으로 정해두면 3개월 내에 홈런 10개만 치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올해는 30홈런-30도루 근처까지만 가더라도 내년에 더 크게 성장할 것 같다"며 "도영이 성격을 보면 가만히 놔두더라고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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