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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연패만 빠지지 않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는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차전 홈 맞대결에 앞서 전격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5월 17일 이후 무려 40일 만이었다.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는 2023시즌이 끝난 뒤 생애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손에 넣었다. 지난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은 뒤 15시즌 동안 1616경기에 나서 1812안타 196홈런 888타점 타율 0.300의 성적을 거둔 전준우는 롯데로부터 4년 총액 47억원을 제시받았고, 선수 커리어가 끝난 순간까지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특히 전준우는 '명장' 김태형 체제의 첫 번째 주장을 맡기로 결정했고, 시즌 초반 베테랑의 품격을 맘껏 뽐냈다. 전준우는 3월 7경기에서 9안타 2홈런 타율 0.300을 마크했고, 4월에도 29안타 2홈런 13타점 13득점 타율 0.315로 펄펄 날았다. 롯데가 시즌 초반 최악의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빅터 레이예스와 함께 타선의 '유이'한 빛이었다. 그리고 전준우는 5월에도 10경기에 출전해 12안타 4홈런 16타점으로 방망이가 불을 뿜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5월 16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몸을 푸는 과정에서 전준우가 종아리에 통증을 느낀 것. 전준우는 훈련을 중단, 절뚝이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고, 롯데는 급하게 선발 라인업을 바꾸는 상황을 맞았다. 애초에 종아리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당초 김태형 감독은 전준우가 2~3일 휴식을 하고 돌아올 수 있다면, 엔트리에서 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진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난 5월 17일 세종 스포츠병원에서 MRI 검진을 받은 결과 전준우는 좌측 종아리 힘줄부위 미세 손상 진단을 받게 됐고, 복귀까지 4주가 걸린다는 소견에 따라 롯데는 결국 전준우를 1군에서 말소했다. 전준우는 어떻게든 빠르게 복귀해 팀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좌측 엉덩이 건염 증세를 겪고 있던 정훈과 함께 일본 '이지마 접골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20일 처음 2군 경기에 출전해 홈런포를 쏘아 올렸고, 25일 NC 다이노스전를 상대로 다시 한번 실전 감각을 체크한 뒤 26일 1군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난 전준우는 '몸은 괜찮나?'라는 질문에 "원래 4주 정도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약 5주 만에 돌아왔다. 어떻게 보면 조심스러운 부위라서 통증을 완벽하게 제거하고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통증도 없고 너무 좋다"며 "팀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빠져서 마음속으로 미안함이 있었다. 그런데 후배들이 잘 이겨내고 좋은 경기를 많이 하더라. TV로 보면서 응원도 많이 했다. 팀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편하게 재활을 했다"고 활짝 웃었다.
전준우가 공백기를 갖기 직전 롯데의 성적은 14승 1무 26패로 리그 최하위. 하지만 전준우가 빠진 뒤 '중고참' 박승욱과 이학주, 유강남 등이 팀의 중심을 잡았고, 윤동희와 황성빈, 고승민, 나승엽이 똘똘 뭉치면서 롯데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전준우가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 롯데의 성적은 18승 2무 14패 리그 4위에 랭크될 정도로 경기력을 되찾고 상승 곡선을 그렸다. 덕분에 전준우도 서두르지 않고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것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전준우는 하루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오기 위해 애썼다.
특히 전준우는 전날(25일) 퓨처스 경기를 마친 뒤 콜업이 확정된 상황에서 대타로도 출전이 가능하다고 사령탑에 적극 어필했다. 전준우는 "스윙을 하거나 타격 훈련을 할 때는 통증이 없었다. 원래는 러닝을 하고 타격 훈련을 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미리 타격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고, 통증이 없어질 때 러닝을 했다"며 "원래는 토요일(22일)에 퓨처스리그에 경기가 있었는데, 비로 취소가 됐다. 그래서 감독님께 화요일(25일)에 경기를 하고, 사직 경기가 저녁이다 보니 '가도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말 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전준우는 "상동(2군)을 가려면 아침 6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감독님께 '대타라도 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말리셨다. 두 경기를 뛰었으면 엄청 피곤했을 것"이라며 "어제(25일) 경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계속 따라가더라. 한편으로는 우리가 힘이 생겼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선수들 간의 응집력도 생겼고, 찬스 때 누구나 할 것 없이 잘 치는 타자들이 많이 생겨서 좋은 것 같다"고 후배들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현재 롯데는 '복덩이' 손호영이 빠져 있는 상황이지만, 후반기가 되면 꿈에 그리던 '완전체'를 이룰 수 있다. '좌승사자' 찰리 반즈와 손호영이 모두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캡틴은 "(손)소형이가 빠져서 아쉽지만, 금방 돌아올 것 같다. 후반기가 시작되면 반즈도 바로 던질 수 있다. 선수들이 모두가 잘하더라. 정말 기특하다.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후반기에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준비를 잘하고 와야겠다. 엔트리에 한 명을 채우는 식으로 들어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더 완벽하게 오고 싶어서, 연습을 많이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준우는 재활 과정에서 정훈과 함께 일본에서 치료받은 이야기보따리도 풀었다. "(정훈이) 대충 오라고 하더라. '방망이만 칠 수 있으면 대충 뛰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내가 빠진 동안 (정)훈이가 자신의 플레이도 해야 되는데, 최고참 역할을 잘 해줘서 팀 성적이 좋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혼자서 일본에서 치료를 받는 것보다 이야기도 하고, 밥도 먹고 하면서 잘 보냈다. 어떻게 보면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정훈이) 후배니까 심부름도 하고, 되게 잘해줬다"고 웃었다.
롯데는 시즌 초반 힘겨움을 겪었지만, 조금씩 성적을 끌어올리면서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여전히 격차는 벌어져 있지만, 결코 좁히지 못할 간격은 아니다. 전준우는 "요즘 연패도 연승도 많고, 다 물리고 물리더라. 우리도 연패만 빠지지 않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계속 전력을 갖추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기에는 조금 기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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