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려아연 "공개매수, 부당성 알릴 것"
소프트뱅크·LG화학·한화·한국앤컴퍼니 우호지분 지원
울산 정치권·고려아연 노조 등 '약탈적 M&A' 비판
MBK·영풍, 26일께 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 결정할 듯
[마이데일리 = 이재훈 기자] 고려아연이 MBK·영풍의 공개매수 선언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약탈적 M&A'의 부당성을 알린다. 기자회견 전면에는 40년간 고려아연 성장을 함께한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등판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부당성을 대내외에 공표할 계획이다. 단상에 나서는 이 부회장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삼촌인 최창영 명예회장과 함께 40년간 회사를 세계 1위 비철금속 업체로 올려놓은 일등 공신으로 평가 받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과 영풍 간 공동경영 역사와 최근 갈등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라며 "MBK·영풍 측 공세의 부당함을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당일은 MBK·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기점이다.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 종료 시점까지 10일 이상 남으면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업계는 가격 인상 시기를 오는 26일께로 보고 있다. 원래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시점인 다음 달 4일까지 10일 전은 24일이지만 26일에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더라도 다음 달 5일과 6일은 장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기존과 같이 4일 오후 3시 30분까지 진행이 가능하다. 24일이건 26일이건 10일 후 종료일은 같다는 판단에서다.
MBK가 26일 장 종료 후 공시를 한다면 최윤범 회장측이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날짜는 4거래일 밖에 남지 않는다. 26일 당일까지 MBK·영풍이 가격 인상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공개매수 기간을 추가로 10일 연장한 뒤 또 다시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MBK·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발표한 이후 주가는 30% 이상 급등했고, MBK·영풍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66만원보다도 11% 이상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 상태에서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다음 달 4일이 도래하면 MBK·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공세는 무위에 그칠 수 있다. 공개매수 가격보다 주가가 높을 경우 수천억원이 넘는 매수금액을 더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최근 1주일 평균 72만3000원을 기록하고 있고,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도 71만1000원을 유지하며 공개매수가인 66만원보다 5만원이나 더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MBK·영풍은 오는 26일 가격 인상 없이 그대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MBK·영풍이 공개매수 기간을 10일 더 연장한 뒤 주가 추이에 따라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역시 MBK·영풍 결정에 따라 '우군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최 회장 측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세계적 투자회사 소프트뱅크와 현대차·LG화학·한화·한국앤컴퍼니 등의 이른 바 '백기사'들의 지분 협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이 최 회장의 대항공개매수(지분 매입)에 추가로 동참할 경우 MBK·영풍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수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긴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둘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 사이로 학창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다.
지역 정치권과 노조 등도 최 회장 우군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고려아연 제련소가 있는 울산 울주군이 지역구인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MBK의 경영권 쟁탈을 막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노조 역시 MBK 서울 본사 앞에서 "약탈적 M&A를 중단하라"며 MBK·영풍 공개매수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한편 공개매수를 위해 필요한 MBK·영풍 자금은 최대 2조1332억원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에 1조원 전후의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훈 기자 ye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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