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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내가 아니라 아쉽긴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 윤정빈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 1차전 홈 맞대결에 우익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3득점 1사구를 기록했다.
윤정빈은 지난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42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2022시즌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데뷔 첫 시즌엔 13경기에서 10타석에 들어섰으나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던 윤정빈은 지난해에도 28경기에서 5안타 타율 0.147 OPS 0.561을 기록하는데 그쳤는데, 올해 잠재력이 대폭발했다. 윤정빈은 정규시즌 69경기에서 46안타 7홈런 20타점 26득점 타율 0.286 OPS 0.831의 성적을 바탕으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윤정빈은 내친김에 우익수, 2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박진만 감독의 승부수이기도 했다. 사령탑은 경기에 앞서 윤정빈을 2번으로 내세운 이유를 묻는 질문에 "타격 파트, 전력 부석 회의를 통해서 윤정빈과 김헌곤을 고민했다. 김헌곤은 출루보다는 공격적인 매커니즘을 갖고 있는 반면 윤정빈은 올 시즌 내내 출루율이 좋아 중심 타선으로 연결시키는 확률이 높았다"고 기용 배경을 밝혔다. 그리고 이 선택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윤정빈은 시작부터 존재감을 제대로 뽐냈다. 1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LG 선발 최원태 맞붙은 윤정빈은 1B-0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2구째 132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익 선상에 2루타를 폭발시키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구자욱의 내야 안타 때 3루 베이스 안착했고, 르윈 디아즈의 중견수 뜬공 타구에 홈을 파고들면서 삼성에 선취점을 안겼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윤정빈은 1-0으로 앞선 3회말 무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도 1B-0S에서 이번에는 최원태의 2구째 140km 몸쪽 높은 투심 패스트볼을 힘껏 잡아당겼고,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를 뽑아내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구자욱의 스리런홈런에 홈을 밟으며 두 번째 득점까지 안겼다. 이후 세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던 윤정빈은 네 번째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고, 8-4로 앞선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LG 이종준에게 세 번째 안타까지 폭발시켰다.
계속해서 윤정빈은 구자욱의 안타에 2루, 안주형의 희생번트에 3루 베이스를 밟는데 성공했고, 이어지는 만루 찬스에서 LG의 바뀐 투수 김대현의 폭투에 홈을 파고들면서 세 번째 득점까지 손에 넣으며 3안타 3타점 1사구로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의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선발, 2번 타자로 출격한다는 소식은 언제 접했을까.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윤정빈은 "연습을 하기 전 오전 10시쯤에 들었다. 2번으로 들어간다고 들었을 때 침착하게, 정규시즌 때처럼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기대를 하면 들뜰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 정규시즌과 똑같이 준비를 해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에는 최원태와 단 한 번도 맞붙지 않았던 윤정빈. 삼성을 상대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던 최원태를 상대로 어떤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임했을까. 그는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춰놓고, 자신 있게 돌렸던 것이 운이 좋게 실투성으로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1회 첫 타석에서 2루타가 나왔던 것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고, 이로 인해 기분도 좋고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긴장도 하지 않고, 힘도 들어가지 않고 타석이나 수비에서 정규시즌과 똑같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결국 첫 타석에서 안타가 나오면서 윤정빈은 첫 포스트시즌을 떨지 않고 치르게 됐고, 수비에서도 한차례 호수비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생각보다 안 떨렸다. (정규시즌과) 똑같이 임하려고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투수가 누구든 타석에서 쳐야 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모든 공을 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이라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공이 조금 더 크게 보였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삼성은 이날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악재만 가득했다. 백정현이 연습경기에서 타구에 맞아 손가락 부상을 당했고, '에이스' 코너 시볼드 또한 부상의 여파, '끝판왕' 오승환도 구위가 올라오지 않으면서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맛봤다. 윤정빈은 "야수들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체가 부상을 당한 형들을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으쌰으쌰 했다.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가 열심히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첫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으나,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면 3안타 3득점 1사구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윤정빈은 '데일리 MVP'를 비롯해 '오늘의 한 빵'과도 연이 닿지 못했다. 아쉬움은 없을까. 그는 "(김)민수 형이 '오늘의 빵 될 준비 해라'고 했는데, 내가 아니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대로 경기가 많이 남은 만큼 계속해서 좋은 활약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어느 상황에서 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게 스타팅을 나가든, 벤치에서든 항상 똑같은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단기전에서는 소위 '미친 선수'가 나와야 된다는 말이 있다. 일단 삼성에서는 첫 경기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린 구자욱과 디아즈, 김영웅을 비롯해 윤정빈이 미친 활약을 선보였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75.8%의 유리한 고지를 손에 쥐었다.
대구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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