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1949년, 두 여인의 치열하고 애틋한 동행기가 펼쳐진다.
26일 KBS 2TV '드라마 스페셜 2024'의 세 번째 단막극 '영복, 사치코'(연출 박단비 극본 고우진)의 온라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강미나, 최리, 하준과 박단비 감독이 참석했다.
'영복, 사치코'는 한국전쟁 발발 1년 전 한 명의 남편을 두고 쟁탈전을 벌인 한국인 아내 영복과 일본인 아내 사치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여인의 치열하고 애틋한 동행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날 박 감독은 '영복, 사치코'에 대해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너무너무 재밌었다. 안 할 수가 없었다. 이 대본을 보고 나서 가장 미워할 수밖에 없는 관계, 가까워질 수 없는 대척점에 있는 두 소녀가 어떠한 사건을 겪으며 가까워지는 이야기가 감동적이고 울림있게 다가오더라. 그러한 따뜻한 정서를 시청자들이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이 대본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미나는 청주에서 시집 온 19세 한국인 처 구영복 역을 맡았다. 구영복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남편 임서림을 대신해 병든 시부모를 돌보다 광복을 맞이하고 열 아홉에 생과부가 된 인물이다. 시부모와 친정부모가 병사한 후 일본인 처를 데려온 남편 서림을 만나게 된다.
강미나는 "저희 드라마가 극적인 상황을 계속 맞닥뜨리는데, 그 상황 속에서 저는 영복이의 순수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감독님이랑도 가장 이야기를 많이 했던 부분이 영복이의 앳되고 순수함, 때로는 그 순수함에서 거칠고 투박한 모습이 나오더라도 그런 모습 또한 영복이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리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임서림의 처 미나미 사치코로 분하며 서림의 아이를 임신한 채 영복의 앞에 등장한다. 최리는 사치코에 대해 "사랑에 있어서 당당하고 용감하고 멋진 여성이지만, 내면의 아픔과 서사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 점들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일본인 캐릭터였기에 유창한 일어와 서툰 한국어를 표현했어야 했던 터. 최리는 이와 관련해 "부담이 하나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다행스럽게도 데뷔작 '귀향'을 함께했던 재일교포 강하나에게 가장 먼저 연락해서 '한본어'를 열심히 배웠고, 다른 일본어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서 녹음을 했다. 제가 했던 작품 중 감독님을 제일 많이 만난 것 같다. 만나서 같이 방향을 찾아가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하준은 본의 아니게 두 집 살림을 하게 된 남편 임서림 역을 맡았다. 그는 "극을 보시면 알겠지만 세 인물에게 모두 깊은 한이 있다. 서림도 사실은 표현하기 힘든 한이 있는데, 그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태다. 그래서 최대한 담담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사람이 발버둥치다 어느순간 힘을 놔버리고 받아들이는 순간을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했다.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 구도를 설득력 있게 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했다고. 박 감독은 "'영복, 사치코'는 세 남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배우들의 '티키타카'였다. 그리고 세 남녀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선이 계속 변화하는데 이런 부분이 설득적이고 공감대를 형성하길 바랬다. 그래서 배우들의 케미를 만드는 장면, 연기적인 호흡과 액션을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또 "극이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선이 복잡미묘해지고 한 차원 더 나아가게 되는데, 감정선의 변화를 느끼는 포인트가 되는 사건들이 있는데, 이 부분을 잘 표현하고자 배우들과의 소통을 많이 했다. 배우들이 연기도 잘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해석 뿐 아니라 대본 전체를 보는 통찰력이 있더라. 그래서 제가 고민하고 우려했던 부분을 재밌고 완성도 있게 표현해줬던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끝으로 박 감독은 '영복, 사치코'의 관전 포인트로 "저희 드라마는 우선 1949년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시대적으로 볼거리가 색다르다. 그게 특별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또 "저희 드라마의 최대 강점은 배우들이 정말 정말 귀엽다는 것이다. 미나씨랑 리씨 보시면 너무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데, 배우가 가지고 있는 매력들이 캐릭터에 정말 잘 녹아들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왜 서림이가 두 여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지 공감이 될 거다.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자 하준은 "하이라이트를 보시면 슬프겠다는 예상이 어느정도 되는데, 슬프기보다는 코미디도 있는 것 같다. '웃픈' 상황도 있다. 재미있게 보다가 나도 모르게 깊은 여운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고 최리는 "전국에서 방방 곳곳 많이 찍었는데, 감독님께서 아름다운 곳을 많이 골라주셔서 그런 것들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또 따뜻한 대본인 만큼 시청자 분들도 따뜻한 느낌을 잘 전달받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강미나는 "영복이랑 사치코가 정말 상극인데 그 안에서 사치코의 통통 튀는 매력에 영복이가 스며들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서로 많이 싸우기도 한다. 그런데 그 뒤에 서있는 서림도 너무 웃기다. 세 인물의 관계를 포인트로 잡고 보시면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복, 사치코'는 이날 밤 10시 45분 첫 방송된다.
이예주 기자 yeju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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