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최근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스마트 기기다. 일상적인 음악 감상과 운동을 위한 무선 이어폰, 영상 시청과 작업을 위한 태블릿, 건강 데이터를 측정하고 일정을 관리해주는 스마트워치는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스마트 기기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수명이다. 실제 배터리 사유로 제품 교체를 원하는 이들도 많다.
일례로 무선 이어폰은 운동 중 땀이나 습기에 노출되면서 배터리 성능이 저하된다. 잦은 충전과 방전으로 인해 최초 5~6시간이던 연속 재생 시간이 1년 사용 후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워치 역시 배터리 문제를 안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GPS를 활용한 운동 기록, 심박수 측정, 수면 패턴 분석 등 다양한 센서가 24시간 작동하면서 배터리가 빠르게 소모된다. 운동 모드 사용 시에는 배터리 소모가 급격히 증가해 장시간 운동을 기록하려는 사용자는 자주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성능 저하나 부품 고장이 발생했을 때 수리나 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더 얇게, 더 가볍게’라는 디자인 트렌드로 때문에 대부분 스마트 기기가 부품을 본체와 일체형으로 설계해 수리나 부품 교체가 어려운 구조다.
제조사는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더 얇은 디자인, 더 강력한 성능, 더 다양한 기능을 강조하지만, 정작 제품 수명이나 수리 가능성과 같은 지속가능성 측면은 간과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짧은 주기로 교체되는 스마트 기기가 새로운 폐기물 양산의 주범이 될 지경이다. 이제는 제품 수명과 수리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설계로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해결방법으로는 주요 부품을 모듈형으로 설계하여 교체가 용이하도록 하거나, 디스플레이나 배터리와 같은 손상이 잦은 부품의 수리가 수월한 구조를 채택하는 등 변화가 요구된다. 또한 장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을 통해 제품 수명 연장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다.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수리 용이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부품 공급과 수리 서비스에 대한 의무 기간을 설정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제조사가 합리적인 비용으로 수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새 제품 구매와 별 차이 안 나는 비용 때문에 부득이 수리를 포기한 경험이 꽤 있을 테다. 소비자가 원할 때 합리적인 비용으로 수리나 부품 교체를 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전자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겠다.
우리는 스마트 기기의 신기술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 사용 중인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환경을 위한 선택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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