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초대 회장을 역임한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사모펀드 단기투자 행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주장해 관심이 쏠린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초대 회장이자 ESG 평가 및 리서치 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지막 남은 하나의 미션'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단기성과주의'의 미망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며 사모펀드(PEF) 업계를 중심으로 여전히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류 대표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와 그에 기댄 금융화가 더욱 촉진되면서 장기투자는 언감생심이고 단기성과주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면서 "장기주의가 전제되지 않은 ESG 분석(경영)과 주주권 행사는 사상누각이거나 가짜, 워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류 대표는 사모펀드를 '주주자본주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노정하는 투자기법'으로 지칭하면서 기업경영의 정상화 이룩, 지속가능한 성장 안내 등 순기능도 있지만 실상은 역효과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는 2019년 미국 하버드대와 시카고경영대 연구진의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의 경우 동종업계 평균 대비 14.4%의 일자리 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이저러스 ▲스포츠오소리티 ▲아트밴퍼니처 등 해외 소매기업들이 매장 폐쇄와 파산으로 수십만 명의 근로자가 실직했고 국내에서도 다수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에서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류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도 사모펀드 영향력이 매우 커지고 있고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전문 펀드들도 등장해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는데 이러한 금융자본주의 확산과 발전이 장기주의 투자 발전과 동행하지 못한다면 지난 반세기 이상 오너 자본주의가 노정해 왔던 터널링과 같은 허다한 문제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점들을 노정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류 대표는 국민연금의 ESG 투자와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장려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투자는 여의도 기관투자자들과 우리 자본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를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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