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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안녕하세요 혜성씨"
LA 다저스 김혜성은 14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났다. 김혜성은 시애틀을 경우,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이동해 본격 2025시즌을 준비한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김혜성은 2021년 유격수 부문에서 첫 골드글러브를 손에 넣더니,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2루수 부문에서 황금장갑을 품에 안는 등 8시즌 동안 953경기에 출전해 1043안타 37홈런 386타점 591득점 타율 0.304 OPS 0.767의 성적을 남겼다.
김혜성은 지난 2023시즌이 끝난 뒤 키움 구단에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전달했다. 그동안 강정호와 박병호(삼성 라이온즈), 김하성(FA),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까지 네 명의 빅리거를 배출했던 만큼 키움은 김혜성의 도전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김혜성은 지난해 첫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하는 등 11홈런 75타점 90득점 30도루 타율 0.326 OPS 0.841을 기록했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소속돼 있는 'CAA 스포츠'와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 진출을 준비했던 김혜성은 지난해 12월 2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대상으로 포스팅이 됐다. 김혜성은 스토브리그 초반 시애틀 매리너스를 비롯해 LA 에인절스 등 몇몇 구단들과 연결고리가 형성됐으나, 포스팅이 마감되기 하루 전까지 이렇다 할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팅 실패는 없었다.
김혜성은 포스팅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LA 다저스와 손을 잡았다. 계약 총 규모는 3+2년 2200만 달러(약 321억원). 3년 동안 1250만 달러(약 183억원)를 보장받으며, 다저스가 추가 동행을 희망해 옵션을 실행할 경우 2년 동안 950만 달러(약 139억원)을 추가로 지급받는 구조다.
이미 센터 내야를 맡을 수 있는 내야진들이 포진된 상황에서 김혜성을 영입한 다저스는 곧바로 추가 움직임을 가져갔다. 지난 4일 김혜성과 계약이 발표된 후 사흘이 지난 7일 2025시즌 주전 2루수를 맡을 예정이었던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며 교통정리에 돌입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은 여전히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가장 강력한 후보군이 사라진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미국 몇몇 언론에 따르면 김혜성은 LA 에인절스로부터 5년 2800만 달러(약 409억원) 규모의 계약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구단이든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선수단 뎁스를 고려했을 때 에인절스는 다저스보다는 주전 경쟁이 비교적 수월한 팀으로 볼 수 있는데, 김혜성이 보다 험난한 길이 될 수 있는 다저스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혜성은 "다저스는 명문 구단이다. 코리안 빅리거들도 많이 뛰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봐왔던 팀이다. 그리고 지난해 우승을 했기 때문에 최고의 팀이라 생각한다"며 "다저스가 영입 의사를 보였을 때 너무 좋았다. 사실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포스팅이 된 후 다저스에서 가장 먼저 연락을 줬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다저스를 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이어 김혜성은 "다저스는 어릴 때 TV로 봤던 팀이다. 그 팀에서 데뷔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영광스럽다"며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을 갔다고 하더라도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팀을 가도 첫해에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저스에서 좋은 경쟁을 통해 자리를 잡고 싶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저스행을 택한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순 없지만, 같은 'CAA 스포츠' 소속인 오타니가 김혜성에게 플러팅(?)도 한 모양새였다. 김혜성은 '계약을 맺기 전 오타니가 조언을 해줬다는 이야기가 있더라'는 말에 "딱히 큰 조언은 아니었다. 다만 소속사가 같다 보니, 같은 시설에서 운동을 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인사와 대화 몇 마디를 나눴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김혜성은 "(오타니가) 항상 한국어로 인사를 해줬다. 그래서 나도 일본어를 공부해서 대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혜성씨'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해주는데, 나도 맞춰서 해야 할 것 같아서 열심히 공부했다"고 활짝 웃었다. 실제 오타니는 김혜성이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이후 SNS를 통해 김혜성의 사진과 함께 '환영합니다 친구야'라는 문구를 올리기도 했다. WBC에서는 '적'으로 만났던 선수가 이제는 '한솥밥'을 먹는 동료가 된 셈.
출국을 앞둔 김혜성의 입가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가득했지만, 사실 다저스와 계약을 맺기 직전까지도 미국 언론을 통해 이렇다 할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마음고생도 했다. 김혜성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돌이켜 보면 좋은 추억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혜성은 이제 피닉스로 이동한 뒤 본격 2025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지금 김혜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입단식은 잘 모르겠다. 일단은 훈련과 연습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구 선수로서 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운동 때문에 일찍 미국으로 가는 것"이라며 "일단은 도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내세워서 매력을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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