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포스팅으로 간 지 1년 만에…"
신조 츠요시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은 20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12개 구단 감독자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짧은 기간 내에 복귀해 일본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행위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최근 일본 야구계에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실패를 맛본 뒤 대형 계약을 통해 '친정'이 아닌 다른 구단으로 복귀하는 일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KBO리그와 달리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더라도, 자국 리그로 복귀할 때 '원 소속 구단'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신분으로 12개 구단과 자유로운 협상이 가능한데, 최근 이 방법을 통해 몸값을 부풀리고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양현종과 한솥밥을 먹었던 아리하라 코헤이가 2021시즌에 앞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2시즌 동안 3승 7패 평균자책점 7.57의 성적을 남긴 뒤 2023시즌에 앞서 3년 15억엔(약 139억원)의 대형 계약을 통해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KBO리그였다면 복귀 이후 4년 동안 원 소속 구단에서 뛴 후 FA 자격을 통해 이적이 가능하지만, 포스팅과 동시에 FA가 되는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니혼햄의 지명을 받은 뒤 9시즌 동안 173경기에 등판해 70승 6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19의 성적을 남긴 채 2024시즌에 앞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들겼던 우와사와 나오유키는 탬파베이 레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니었던 만큼 구단이 손에 넣은 이적료는 6250달러(약 900만원)에 불과했지만, 니혼햄은 꿈을 향해 도전하는 우와사와를 전폭 지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우와사와는 개막 로스터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고,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했으나, 메이저리그에서 2경기 평균자책점 2.25의 성적을 남긴 뒤 계약이 만료됐다. 당연히 미국에서 도전을 이어갈 것처럼 보였던 우와사와의 선택은 일본 복귀였다.
우와사와는 올 시즌에 앞서 4년 10억엔(약 92억원)의 계약을 통해 아리하라와 마찬가지로 소프트뱅크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 계약이 문제였다. 과거의 사례를 통해 벼르고 있던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배은망덕'한 우와사와를 향해 비판과 비난이 쏟아졌고, 우와사와는 지난달 소프트뱅크 입단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표정이 굳어 있었다.
당시 일본 팬들은 "입단 기자회견이 사죄의 기자회견처럼 돼 있다", "기쁜 표정으로 입단할 줄 알았는데, 사죄의 표정이지 않나"라는 반응을 보였고, 일본 '더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X(구 트위터)에는 '사죄회견(謝罪会見)'이라는 키워드가 트랜드 단어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는 KBO리그처럼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복귀할 때에는 원 소속 구단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신조 감독이 힘을 실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신조 감독은 12개 구단 감독자 회의가 끝난 뒤 "포스팅으로 간 지 1년 만에 소프트뱅크로 이적하는 흐름은 그만두었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일본 복수 언론에 따르면 포스팅 시스템이 화두에 오른 것은 최근 사사키 로키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한 치바롯데 마린스 요시이 마사토 감독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신조 감독은 KBO리그 처럼 4년의 보류권을 갖는 제도는 아니라도, 최소 1년은 원 소속 구단에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가 뭐라고 생각하든, 프로야구에 있어서 좋지 않은 것이다. 아리하라가 가고, 우와사와도 갔다. 앞으로도 해외로 이적하는 선수가 트러블이 나거나 활약하지 못하고 잘린다면, 당연히 영입하고 싶지 않나. 계속해서 소프트뱅크로 가는 흐름은 만들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해외에 다녀온 뒤 원 소속 구단에서 최소 1년은 뛰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12개 구단 중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가장 '큰 손'으로 불리는 구단. 원하는 선수는 돈으로 찍어누를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만큼 전력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에서 실패한 선수들이 모두 소프트뱅크로 이적하는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현역 시절 3년 동안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었던 신조 감독이 언론을 통해 모처럼 소신을 밝힌 셈이다. 과연 일본에 변화의 바람이 생길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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