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첫 행정명령으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단행했다. 우려가 현실화 된 것. 하지만 이에 대해 착각하지 말아야겠다. 트럼프 정권 하의 연방정부 결정이 미국 전체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연방정부와 달리 개별 미국 주정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주정부가 기업을 직접 규제하는 정책이다.
대표적으로 뉴욕주는 지난해 12월 화석연료 기반 기업에 연간 30억 달러(4조3017억원) 규모로 기후복구비용을 부과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조성된 재원으로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직접 투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위 사례를 포함해 정부가 기업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뉴욕주처럼 직접 규제하고 지원하는 방식이며, 둘째는 금융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기업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두 관점에서 우리나라 현주소를 살펴보자.
직접 규제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탄소배출권거래제,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제도 등 다양한 정책을 운영한다. 그러나 배출권거래제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전체 탄소배출권 90% 이상을 무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다른 제도도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간접 규제 측면에서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을 살펴봐야 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투자 기준을 제시했다. 매출액 중 화석연료 관련 사업이 50%를 초과하는 기업만 투자를 제한하고, 국내 기업에는 앞으로 5년간 사업 전환을 위한 유예기간도 부여했다.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국민연금의 이러한 소극적 기준은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금융시장 탄소중립 전환 속도를 저해한다고 해야겠다. 이와 정반대로 글로벌에서는 금융시장을 통한 간접 규제가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금융기관은 기업 매출액 중 화석연료 발전이나 채굴 사업 비중이 20~30%만 되어도 해당 기업에 투자를 제한한다. 이렇게 탄소중립 전환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기업은 사업구조를 실질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게 K-기업이 정책적 보호 아래 탄소중립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현실적 계획을 산업계와 협의하고, 기후복구비용 부과를 통한 저탄소 산업 육성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겠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도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기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상향 적용해야 한다.
지금처럼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면 K-기업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약화 될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도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와 금융권의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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